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장중 2,400선을 내줬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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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 이후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내수 한파 속에서 정치 불안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금융과 실물 경제에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 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6년 만에 1450원 선을 넘어섰고,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시장이 활황인 속에서도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9%, 코스닥은 23% 떨어져 나 홀로 하락의 늪에 빠졌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연말 특수까지 사라져 서민 경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선 자영업·소상공인의 88%가 ‘계엄 이후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정부 당국자 입에서도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사라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험해보지 못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춰잡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 있었지만 당시는 경기 상승기였다. 지금은 경기 침체기에 탄핵 리스크가 터져 경제 충격파를 더욱 키우고 있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펼쳐질 무역·통상 환경 변화까지 겹쳤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 중국의 추격 속 산업 경쟁력 위축이라는 구조적 위기에다 국내 정치적 악재, 대외 리스크가 이중 삼중으로 덮쳐오며 한국 경제를 복합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계엄 직후 미 포브스지(誌)가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여야는 여전히 정파적 싸움에 매달리며 정치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위기 관리의 사령탑을 맡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민주당은 ‘탄핵’ 운운하며 흔들어 대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말라며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지원법과 전력 부족에 대비하는 전력망 확충법은 여전히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 정치가 경제 불안을 해소하긴커녕 도리어 증폭시키는 자해극을 벌이고 있다.
지금 상황은 경제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다는 공동 인식 아래 정부와 정치권이 협력해 대응해야 헤쳐나갈 수 있다. 뒤늦게나마 여야정 민생 협의체를 출범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 기구를 중심으로 추경 예산을 비롯한 민생 지원과 내수 진작책, 경제 입법 등의 각종 현안을 속도감 있게 해결해야 한다. 여야와 정부가 공동으로 미국 등에 대표단을 보내 국내 정국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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