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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반도체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겨울”…4분기도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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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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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9조원 남짓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도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나 홀로 뒷걸음질’ 했다. 인공지능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데다 여러 대내외적 악재까지 덮친 결과로 풀이된다. 나아가 호황 때 쌓아둬야 할 ‘실탄’도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서 삼성전자의 중장기적 전망도 한층 어두워졌다는 평가다. ‘6만전자’가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자 경영진도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내놨다.



■ 반도체 호황이라는데 ‘나 홀로 어닝쇼크’ 왜?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잠정 실적을 보면, 회사는 올 3분기(7~9월)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7%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3%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뒷걸음질한 건 올해 반도체 호황 국면에 들어선 뒤 처음이다.



이번 실적은 이미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도 충족하지 못했다. 앞서 13조~14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점쳤던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전망치를 10조원대로 하향 조정해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 평균은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이다.



실적 악화는 주로 반도체 사업이 고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6조4510억원에서 3분기 4조원대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먼저 성과급(OPI) 관련 충당금이 일부 반영되고, 2분기에 영업이익을 1조원 넘게 밀어 올린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 규모도 3분기에는 축소되는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은 앞서 떨어졌던 재고의 시가가 다시 올라갈 때 이를 회계상 이익으로 반영하는 것을 가리킨다. 원-달러 환율의 내림세도 실적을 끌어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반도체의 부족한 기술 경쟁력도 이번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일단 인공지능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 쪽 부진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이날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경우 주요 고객사를 상대로 한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미국 엔비디아에 대량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호황의 ‘인공지능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성이 작지 않은 대목이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을 제외한 스마트폰·컴퓨터(PC) 쪽에서는 수요 위축 장기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업황이 시들해지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적자도 계속됐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는 메모리사업부에서 낸 5조원대 이익을 파운드리가 1조원 이상 깎아먹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수율(양품의 비율)이 너무 낮아 제품을 찍어낼수록 적자가 불어나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4분기 이후도 ‘흐림’…경영진도 이례적 사과



올해 4분기 이후 전망도 밝지 않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대역폭메모리나 파운드리 모두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가도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최근 증권가의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원대로 한달 전 14조원대였던 것에 비해 차이가 크다.



메모리 호황이 한창인 시점에 실적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반도체 제조업은 꾸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만큼 호황 때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두는 게 중요한데, 이번에 실탄 마련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 최대 50조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거둬왔으나 올해는 40조원을 넘기 힘들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에서 승승장구 중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인 것과 대비된다.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근원적 경쟁력’을 언급한 반성문을 발표한 데에도 이런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장(부회장)은 이날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에 대해)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향한 평가가 박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1% 하락한 6만300원에 마감했다. 실적 발표 직후 한때는 5만9900원으로 떨어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이라며 “(2026년 이후)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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