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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사설] 한파 속 파면·구속 외친 민심, 한 대행 더 시간끌기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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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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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즉각 체포·퇴진’을 촉구하는 범시민대행진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한파를 뚫고 거리로 나온 수십만 시민들은 신속한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를 외쳤다. 1주일 전 ‘윤석열 탄핵소추’에 환호했던 시민들이 다시 색색의 응원봉을 든 것은 심상찮게 돌아가는 내란 주범과 옹호 세력의 움직임을 보며 삭일 수 없는 답답함과 분노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절대다수 국민은 하루라도 빠른 윤석열 파면과 처벌을 바란다. 외교와 안보, 경제도 국정의 불확실성을 오래 견딜 여력이 없다. 그러나 여권은 여전히 민심을 거스른 채 작전이라도 짠 듯 똑같은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으며 탄핵심판과 수사를 방해하는 데 여념이 없다. 윤 대통령은 공조수사본부의 소환장,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청구 접수 통지서 수령조차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를 주장하며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뻔뻔함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태도 한계에 이른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을 사실상 방조한 의혹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국무총리를 탄핵하고 대행의 대행 체제를 세우는 시간조차 아낄 필요가 있다고 봤기에 잠시 권한대행을 맡긴 것일 뿐이다. 오랜 공직 경력을 지닌 그가 윤 대통령과는 달리 거부권을 남용하거나 수사와 탄핵심판을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 권한대행이 보이는 모습은 정반대다.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처리 시한(1월1일) 전날까지 검토하겠다며 시간 끌기에 동참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의 거듭된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란 상설특검 추천 요청도 계속 미루고 있다. 경호처가 잇따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지켜만 보고 있다. 사실상 수사 훼방을 용인하는 것이다. 한시가 시급한 내란 수사를 지연시켜 내란 세력에 증거 인멸과 반격의 시간이라도 벌어주려는 것인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수사 대상인 ‘국정농단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회를 통과한 지 닷새 만에 거부권을 쓰지 않고 공포한 바 있다. 대통령도 아닌 한 권한대행은 도대체 뭘 위해 거부권을 운운하나. 계속 특검 출범을 방해한다면, 국민의 심판은 먼저 한 권한대행을 향할 수밖에 없다. 부디 민심을 오판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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