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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의사만 가능” vs “숙련도가 중요”...대법서 간호사 골수 채취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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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골수 채취를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8일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변론이 시행된 것은 2022년 3월 이후 2년 7개월만으로 역대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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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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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은 이날 변론을 시작하면서 “저희 법원이 의료에 대한 전문 식견이 부족하고, 의료계 현실을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현실에 맞는 발전을 위해 전문가 말씀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결론을 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사만의 의료 행위” VS “중요한 건 숙련도”

이날 변론에선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지,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를 진료보조행위로 볼 경우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감독이 필요한 행위인지, 전문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의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두고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골막 천자는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골반뼈의 골막을 뚫어 골수를 채취하는 행위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는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소화기센터 진료부장과 조병욱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장이 출석해 “골수 검사는 당연히 의사만 할 수 있는 검사”라며 “골수 검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하는 것들이 있으며 동의서를 획득해야한다. 동의서를 얻는 행위 자체가 의료행위로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양전문 간호사 자격 등을 취득했다고 해서 간호사 업무 범위가 늘어난다는 건 면허의 범위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자격을 취득했기 때문에 전문성이 강화된 것일 뿐”이라며 “의사의 입회 하에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봐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그냥 의사가 하면 된다. 간호사에게 맡길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피고인 측 참고인으로는 윤성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배성화 대구가톨릭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수정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 교수(전문간호사)가 나와 “골수 검사를 누가 해야 되느냐 보다 생각해야 할 기준은 숙련도”라며 “해부학적 구조를 알고 검사를 이해하며 이에 대해 지도를 받은 사람이면 전문간호사든 그 어떤 직책이든 (골수 검사를 하는 게) 다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들은 “혹시라도 응급 상황이 생기면 이를 조치할 시스템이 다 있다. 굳이 그 자리에 의사가 없더라도 그렇게 우려할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숙련된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의사의 업무 범위라고 해서 못 하게 한다면 가장 큰 피해는 환자가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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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미 대법관.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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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검찰 측 참고인에 “간호사 행위 범위 고정불변인가” 질문

대법관들은 이날 양측에 의료행위의 범위와 책임 소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김상환 대법관은 “의사들만의 절대적 행위, 상대적 행위 등이 법에선 절대적으로 선언돼 있지 않다. 간호사의 의료행위 범위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쪽인지 고정불변이라는 쪽인지 궁금하다”고 했고, 오경미 대법관은 “의사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시행하게 하는 건 그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시행 주체를 정할 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영재 대법관은 “골수 검체 채취를 간호사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혈액학 의사의 의견을 따르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참고인인 정 진료부장은 “당연히 고정불변인건 없다”면서도 “외국의 경우 진료지원인력이 골수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몇 년의 경험이 필요하고 몇 천회 등을 해야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우리나라엔 이런 게 전혀 없다”고 했다.

피고인 측 참고인인 윤 교수는 “골수 검사를 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부작용 정도가 의사 입장에선 경미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인들이나 다른 전공 의사들이 보기엔 골수를 채취하면 뼈를 뚫고 들어간다는 선입견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옆에 의료진이 있을테고 문제가 생겼을 땐 언제든지 대처 가능하다. 혈혈단신 분리된 장소에서 환자하고 단둘이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양측은 말미에 최종변론을 했다. 검찰 측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취지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라며 “골수 검사는 고도의 침습적 행위로 절대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진료보조행위로 보더라도 의사 지휘 및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고인 측 하태헌 변호사는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필요한 곳에 의사를 집중하고,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건 전문간호사에게 맡기는게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건강과 의료 업계 조화 고민할 것”

이 사건 피고인은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재단법인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 소속 의사들이 종양전문 간호사들에게 골수 검사에 필요한 골수 검체를 채취하는 ‘골막 천자’를 시켰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게 발단이 됐다.

앞서 1심은 “종양전문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나 위임 아래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재단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의사의 현장 입회 여부를 불문하고 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직접 수행한다면 진료보조가 아닌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하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오 대법관은 이날 폐정을 선언하며 “의료법의 목적인 국민 건강과 의료 업계의 발전과 조화가 무엇인지 고민해서 결론을 내리겠다. 선고 기일은 추후 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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