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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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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 ‘디올백 수수 사건’ 수사심의위 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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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민간위원들 심의 거치기로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직권으로 회부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에게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지 하루 만에 나온 판단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심의위에 회부하고 전원 외부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했다”면서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이 총장은 전날(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서 이 사건 수사 결과를 대면으로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지검장은 공직자의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처벌 규정이 없고, 디올백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도 수사팀 수사 결과를 대부분 수긍했다고 한다.

대검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아 다음 달 15일 이 총장 임기 만료 전에 이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총장 결정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켜보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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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의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수사심의위 회부 결정에 따른 절차에 충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낸 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심의위를 거칠 필요가 없을 만큼 수사 결과가 분명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원석 검찰총장의 판단은 달랐다. 이 총장은 그동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번 수사심의위 회부 결정도 이 사건만큼은 검찰 외부를 통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검찰 한 간부는 “국민적 의혹과 논란, 수사에 대한 야권의 비판 등을 고려해 총장이 무혐의 결론을 그대로 승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여사 수사를 놓고 이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여러 번 충돌했다. 이 지검장이 지난달 20일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를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하자 이 총장은 “나를 무시했다”며 격노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김 여사가) 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조사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이 지검장이 이 총장을 찾아 여러 번 사과했지만, 이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들의 충돌은 수사팀 검사가 사표를 내는 등 반발이 격해지자 이 총장이 한발 물러서는 모습으로 일단락됐다. 이때부터 이 총장은 언론 등에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도 지명됐다. 이 총장 입장에선 임기 내 마지막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사건으로 남은 셈이다. 청탁금지법에 더해 알선수재, 변호사법도 함께 검토해 달라고 한 것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봐주기 수사’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읽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논란 없이 매듭지으려는 총장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총장이 끝까지 ‘나는 공정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한 법조인은 “총선 등을 의식해 수사를 사실상 손 놓고 있던 총장이 이제 와서 수사팀 결론에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김 여사 수사는 고발장이 접수된 지 8개월 만에 ‘무혐의’ 결론이 났다. 전반부는 수사가 멈춰 있다가, 지난 5월 이 총장이 전담 수사팀을 꾸리라고 지시한 이후 본격화됐다. 수사팀은 디올백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고, 대가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검 기획조정부는 이날 수사심의위 구성 절차에 착수했다. 법조계, 학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 150~30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이 선정되면, 수사팀은 수사 결과와 함께 의견서를 전달한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으면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 절차를 거친다. 추가 수사, 기소, 불기소 등 심의 결과를 권고하는데, 수사팀이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의 결과가 수사팀 결론과 달리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나올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냈지만, 이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수사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권고해 김 전 청장은 결국 기소됐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와 기소가 적법했는지 심의하는 기구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 150~30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해 추가 수사,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해 그 결과를 수사팀에 권고한다. 충분한 논의에도 위원들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심의위가 소집된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10여 일이 걸린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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