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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사설] 캐나다 기업이 강원도 텅스텐 광산 채굴하게 된 현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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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내년 재가동을 앞둔 강원도 영월군 상동광산 갱내에서 직원들이 유해가스 측정기를 점검하고 있다. /알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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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산에 밀려 30년 전 폐광한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의 텅스텐 광산이 내년부터 다시 텅스텐을 채굴하기 위해 채굴 시설을 깔고 있다고 한다. 상동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텅스텐 광산 중 하나다. 텅스텐 품질도 좋고 추정 매장량이 우리나라 연간 텅스텐 수입량의 7200배에 달하지만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폐광됐다. 하지만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텅스텐 수요가 늘자 텅스텐 국제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 텅스텐 시장의 80%를 차지해 온 중국산 텅스텐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상동광산을 소유한 캐나다 회사가 한국산 텅스텐을 채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회사는 1000억원을 투자해 영월군에 텅스텐 가공 공장을 짓고 생산한 텅스텐을 미국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30년 만에 재채굴되는 상동광산은 자원 개발을 긴 안목에서 투자하고 소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상동광산의 경제적 가치가 6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인데 그 얼마 안 되는 자원조차 국내 소유가 아니고 외국 기업 소유가 돼있다. 당초 상동광산은 공기업인 대한중석 소유였다가 민간에 매각됐고 그 회사가 부도난 후 캐나다 광업 회사 알몬티가 인수했다.

우리는 광물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자원 빈국이다. 김대중 정부인 2001년 ‘해외 자원 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어졌고, 이명박 정부 때는 더욱 공격적인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 자원 외교를 ‘적폐’로 몰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국정감사, 감사원 특별 감사, 대대적인 검찰 수사 등을 받았다. 당시 공기업 사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전부 무죄였다. 애꿎은 기업인이 극단 선택을 하는 비극까지 낳았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다시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확보한 해외 광물 자산을 외국에 헐값에 팔았다. 정치에 정신이 팔려 이성을 잃은 것이다.

해외 자원 개발이 국내 정쟁의 도구로 10년 뒷걸음질 친 사이, 글로벌 자원 경쟁은 한층 격화됐다. 해외 자원 개발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나지만 실패할 확률도 매우 높다. 어설픈 정치 논리로 정쟁의 도구가 된 해외 자원 투자를 앞으로 어떤 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높은 실패율도 감수하고 다시 추진할 수 있을까 새삼 생각하게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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