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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벽 성큼성큼… 난간 매달린 아이 구한 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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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린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는 브라질 출신 이민자 펠리페 다비드 수자. /X(옛 트위터)


스페인에서 한 브라질 출신 이민자가 건물 발코니에 위태롭게 매달린 아이를 구해 현지인들로부터 ‘영웅’이란 찬사를 받았다.

22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스페인 알리칸테의 한 건물에서 어린아이가 4층 높이의 발코니 난간에 매달리는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인 여행객으로 알려진 이 아이의 부모는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아이는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추락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난간을 붙잡고 있다. 시민들은 아래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웅성거렸다. 신고는 한 상태였지만, 구조대가 언제 도착할지 몰라 모두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때 브라질에서 스페인으로 이민온 지 약 9년된 도장공인 펠리페 다비드 수자(29)가 아이를 목격하고 구조에 나섰다.

수자는 지체 없이 창문으로 나와 건물 외벽에 몸을 붙이곤 아이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윽고 아이와 닿은 수자는 오른손으로는 난간을 붙잡아 자기 몸을 지탱하고, 왼손으로는 아이를 잡아 난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가 무사히 구조되자, 아래층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수자 역시 무사히 난간 안쪽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영상은 끝난다.

조선일보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안쪽으로 들여보내고 있는 이민자 모습. /X(옛 트위터)


이런 영상은 X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고, 현지 주요 언론에도 다수 보도됐다.

수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자는 “싸움인 줄 알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밖을 내다봤는데,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를 구하러 나섰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매우 짧았지만, 당시에는 매우 길게 느껴졌다”며 “스페인에서 인종차별로 상처를 받은 적도 있지만, 부모 된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또 온다면 마찬가지로 주저 없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런 소식은 알리칸테의 훌리오 칼레로 시의원에게까지 전해졌고, 칼레로 시의원은 수자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칼레로 시의원은 “수자는 어린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며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이 영웅적인 행동에 감사하고 인정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11월에 시 차원의 시상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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