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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고영경의 마켓 나우] 한국의 글로벌 전략에서 아세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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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8월 8일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날이다. 1967년 5개국이 결성한 아세안은 지난 30년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0개국이 참여하는 거대 경제블록으로 성장했다. 2015년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는 6억 8000만 명의 시장, 강력한 생산력, 급팽창하는 중산층, 젊은 층의 구매력을 자랑한다.

한국이 일찍이 아세안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밀접한 경제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 결과 아세안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두 번째 무역·투자 파트너로 부상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지리적 근접성, 풍부한 자원, 저렴한 인건비 등의 이점을 활용해 진출했다.

중앙일보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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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아세안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이 후퇴하고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초점이 이동해 아세안에 대한 관심이 다소 희미해졌다. 2023년 대아세안 교역·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2021년 90억 달러를 상회했던 한국의 대아세안 투자가 2023년 69억 8300만 달러로 축소됐다. 글로벌 경기 하락과 베트남 편중 투자의 조정을 고려하더라도, 심상치 않은 이러한 추세는 면밀한 분석과 대응을 요구한다.

인적 교류 측면의 변화는 고무적이다. 2022년 64만 명이었던, 한국을 방문한 아세안 국민의 수가 2023년 15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태국에서 일어난 한국 보이콧 현상은 심각한 경고음이다. 입국 심사 과정의 ‘모욕적’인 대우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단순한 개인의 불편한 경험을 넘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친이스라엘’ 제품 보이콧으로 스타벅스·맥도날드·KFC 등 글로벌 브랜드가 타격을 입었다. ‘사소해 보이는’ 갈등이 초래하는 심각한 경제적 파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글로벌 시장은 ‘포스트 차이나’ 혹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핵심으로 아세안의 중요성을 재조명한다. 베인앤드컴퍼니의 최근 보고서는 향후 아세안 6개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하며, 특히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 향상에 기인한 질적 성장에 주목했다. 이는 아세안이 저임금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창출과 혁신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아세안 관계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아세안은 더는 이주노동자 공급지나, 저임금 생산기지가 아니며 일방적인 한류 소비 시장이 아니다. 앞으로 한-아세안 관계 발전 전략의 핵심은 아세안을 성장과 혁신의 동반자로 바라보면서 상호 존중과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마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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