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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숨만 쉬어도 한달에 900만원…미국인 심리적 공황의 근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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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투데이] 싼 품목으로 대체 불가능한 전기 및 수도요금, 자동차 보험료 등 필수재 가격이 급등
임대료와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등 주거비 상승도 계속 이어져 외식 교육 여가비 지출을 사실상 삭제
어린 자녀들 둔 경우 공교육 제외대상인 어린이집 비용은 월 1200달러서 1600~1800달러까지 올라

[편집자주]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머니투데이

(워싱턴 AFP=뉴스1) 장시온 기자 = 15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돌아가고 있다고 더 확신한다"며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2024.07.1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장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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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중산층 이하 미국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세계 최강국이자 최고의 경제대국 구성원들로 성조기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던 미국인들은 왜 국가를 원망하게 됐을까. 그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발권국 지위를 남용해 달러를 마구 풀었기 때문이다. 받을 때는 좋았지만 펑펑 2~3년 쓰고 나니 남은 것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상승이라는 현실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지만 다수 국민들은 그걸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문제는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더 이상은 아끼거나 대체가 불가능한 생활필수재 가격이 저소득자들을 괴롭히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부 지수에 따르면 실제로 주택 임대료와 전기 및 수도요금은 지난 2년간 10% 이상 올랐다. 대중교통이 부실한 미국에서 필수품인 자동차의 보험료는 거의 40%나 상승했다. 시민들은 외식비가 오르면 집에서 식사를 만들어 먹고,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 중고차를 더 오래 몰면 되지만 앞선 필수재 가격이 오르면 그 상승폭이 턱없이 높다고 해도 마다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자동차나 중고차, 기름값, 영상구독료, 비행기 티켓 가격 등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하락했지만 이들은 필수가 아닌 선택재에 머문다.

데이비드 비에리 버지니아 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필품을 얼마나 더 싼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주에서 목사로 사역을 하는 제이크 트롬버그 가족은 최근 이사한 더 작은집에서 여름 한달 동안 500달러가 넘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았다. 결국 전기요금을 낮추려고 냉장고를 중고이지만 전력효율이 높은 것으로 바꿨고, 식구들이 모두 불필요한 전등끄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트롬버그 목사도 주택파손을 막기 위한 보험은 낮출 수가 없다. 미국에서 목조로 지은 최소 50년이 넘은 단독주택에 사는 것은 어디가 언제 고장날지 몰라 폭탄 같은 최소 수천만원 이상의 수리비를 요하는 사고 위험을 안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롬버그 목사는 연간 1700달러 짜리 주택보험을 들고 있는데 이는 최근 300달러나 가격이 증가한 것이다. 목사는 이 때문에 네명 자녀들의 방과후 스포츠 활동을 절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에너지가 넘치게 커 가는 십대 아이들에게 집에만 있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다.

머니투데이

(애틀랜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첫 TV 토론서 "바이든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매우 형편없게 대응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우리 나라를 죽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24.06.28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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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이하 국민이지만 정말 사람답게 살기 위해 꼭 정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품목들의 가격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치과 스케일링이나 미용이발, 시니어 요양케어 등의 사람 손이 필요한 서비스 가격도 2~3년 만에 2배 이상 상승했다. 어차피 사람이 할 수밖에 없고 그들 또한 경제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시민이기에 값을 두 배나 올린 것이다. 물가상승의 악순환은 결국 이른바 '도그 잇 도그(Dog eat dog)'와 같은 악순환을 만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결국 주거비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3분의 1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거비는 2년 간 13%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전국적인 평균으로 사실 웬만한 선호지역에서는 50% 이상 올랐다고봐도 무방하다. 예컨대 임대료나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이 3000달러인 가구가 2년 만에 13% 오른 현실은 내 호주머니인 은행 계좌에서 한 달에 400달러씩이나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50만원이 넘는 돈으로 가족들이 외식도 하고 아이들이 주말에 스포츠를 하거나 놀이동산에 갈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어린 자녀들을 둔 가족들은 육아비 고충이 심하다. 육아비라는 모호한 합산 통계는 2년간 6.4% 올랐지만 사실 어린이집과 같은 탁아소나 유치원 비용은 주거비 만큼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이들을 맡아서 시간제로 양육한다는 본질 자체가 다시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 비용이 상승한 것 이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자식 사랑이 남다른 부모일 수록 아이들에 대한 보호는 특별하기 때문에 이는 또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는다.

오전 오후 합계 6시간 수준인 어린이집 비용은 2022년 주요 대도시에서 한 달에 1400달러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1600달러에 가까워졌다. 정교사 한 명에 부교사가 더 붙는 탁아소는 1800달러 이상을 청구한다. 탁아비용 상승은 일하는 부모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의 커리어를 중단시키기도 한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양육으로 인해 잠재적 실업에 빠지는 이유도 미국에서는 그간 잘 상상할 수 없던 탁아비용의 상승 때문이다.

대도시 외곽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4인 가구의 생활비는 이제 한 달에 1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3000달러였던 임대료는 4000달러로 올랐고, 전기 및 수도 요금은 한 달에 500달러 이상으로, 자동차 보험료 월 300달러, 집 보험 150달러,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둘째 1700달러만 더해도 6500달러(약 900만원)가 넘는다. 숨만 쉬고 살아도 미국인 가족으로 살려면 이제 월 1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전혀 과장이 아닌 셈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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