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정폭력 참고 살다가…남편 때려 죽인 '아내의 죗값'

대구지법,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선고…지난해 말다툼 중 남편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
재판부 "죄질 좋지 않으나, 40년 가정폭력 피해·적극적 구호 조치 등 종합해 양형"

장기간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때려 살해한 60대 아내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피의자인 아내가 40여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점과 우발적 범행임이 참작된 결과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종길)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60대 남편 B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B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수차례 때려 피해자가 쓰러진 뒤 다시 수회에 걸쳐 밟아 상해를 가했다. 이로 인해 B씨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평소 술을 자주 마시고, 가정 폭력을 일삼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사건 당일에는 자신과 동생을 포함한 저녁 약속이 계획됐음에도 남편이 오전부터 술을 마시자 말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B씨는 사건 이후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다발성 손상으로 인한 고칼륨혈증으로 사망했다. B씨는 전립선 암과 척수종양 등을 지병으로 보유 중이었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방어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는 점과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후 신고한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종길 부장판사는 "가정 폭력에 대항한 행동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대응 행위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폭력에 대한 방어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며 이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해자로부터 약 4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폭력적 행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넘어져 의식을 잃자 119에 신고하는 등 범행 후 구호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