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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라인의 아버지’가 라인에서 빠졌다…이사회 전원 일본인으로 채운 라인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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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의 아버지 이사진서 배제

라인야후, 보안 강화 내세워
韓·日 3인 대표체제 끝내고
일본경영진 2명이 전권 잡아
“자국기업 만들기” 포석 분석
신중호, CPO직 유지했지만
개발주도권 지속 여부 미지수


매일경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명소로 통하는 ‘라인프렌즈 스퀘어 명동’이 8일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라인프렌즈 상점을 운영하는 IPX(옛 라인프렌즈)는 라인과 네이버가 지분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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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가 8일 이사회를 열어 신중호 대표이사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사내이사에서 퇴진하는 안건을 의결한 까닭은, 명목적으로 ‘보안 거버넌스’ 강화다. 사내이사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사외이사를 채워 외부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운영하는 라인야후에서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 대표가 물러나면서 라인야후내 한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날 라인야후 이사회 구성변화는 크게 신 대표와 오케타니 타쿠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동반퇴진하고 외부 사외이사 1명을 충원하는 형태였다. 새 이사진은 오는 6월18일 별도 주주총회를 거쳐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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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호 CPO


이번 인선으로 사내 힘의 축 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인야후는 그동안 3인 대표체제를 유지했다. 대표이사 회장 카와베 켄타로, 대표이사 사장 CEO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이사 CPO 신중호라는 트로이카 체제였다. 하지만 이번에 신 대표가 이사진에서 물러나고 CPO 역할만 함에 따라 일본 경영진이자 사내이사 2명이 사실상 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이데자와 사장은 이날 라인야후 실적 발표자리에서 “보안 거버넌스의 개선과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서 사내 이사를 줄이는 대신, 사외이사를 늘려, 보다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갖춘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는 “경질로는 보지 말아달라”며 “보안 거버넌스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사외이사를 늘리자는 논의는 대주주들과 이전부터 얘기하던 사안이고, 그런 맥락에서 신 CPO가 이사에서 물러난 것이며 CPO의 역할은 계속한다”고 말했다.

이사진에서만 물러날 뿐이지 역할은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명목상으로는 작년 11월에 발생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진 경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선을 신호탄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간 역할 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케시 사장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위탁처(네이버)와 자본적인 지배 관계에 있는데 대한 재검토’이고, 말하자면 대주주인 네이버에 (데이터 관리를) 위탁하는데, 위탁처인 대주주에 강하게 관리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과제를 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런 의미에 위탁처에 자본의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이사진에서 물러나는 신 CPO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라인과 야후재팬 통합회사를 이끈 일등 공신이다. 네이버가 지난 2008년 일본에서 검색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업을 총괄하고 이후 라인 개발을 주도해 지금의 라인이 있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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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출자해 2021년에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A홀딩스가 라인야후 지분을 64.5% 보유한다. 라인야후의 핵심 서비스는 라인(메신저)과 야후재팬(검색엔진)이다. 특히 라인은 일본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지난해 12월 기준 9600만명에 달하는 등 현지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2011년 당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였던 NHN재팬이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해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열악해진 현지 통신 환경이 기회가 돼 급성장을 이뤘다. 천재지변에 민감한 일본에서는 라인이 하나의 인프라스트럭처로 여겨질 정도다. 일본을 넘어 대만, 태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시장을 포함한 라인의 글로벌 이용자는 2억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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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생한 51만 여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라인야후로 이어지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지배구조 역시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라인야후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 이사였던 신 대표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은 메신저 라인의 ‘국적 논란’을 종결시키겠다는 라인야후의 의지가 그대로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가 보안 대책 외에 추가적으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 할 것’을 주문했던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라인야후는 네이버의 지배력을 줄이는 차원에서 네이버 측 핵심 인물인 신 대표를 이사회에서 배제하는 강수를 뒀다. 이사회 멤버 전원이 일본 자국인으로 꾸려 라인야후를 일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3월 말 신 대표가 2021년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부여받은 스톡옵션 가운데 3000만주를 포기하는 결정을 한 바 있는데, 이를 놓고 시장에선 일본 내 거세진 ‘반 네이버’ 감정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IT업계에서는 신 대표가 향후 CPO직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린다. 라인야후에서 CPO는 프로덕트위원회를 총괄하는 중책이다. 위원회는 통합회사 전체 중요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과 개발, 개시·폐지, 자금과 매출 예산, 인원의 배분을 결정한다. 5대 5 동수인 위원회에서 의견이 갈릴 경우, 최종 결정권까지 CPO가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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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 네이버의 라인야후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 대표가) 여러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면서 “신 대표가 이사회에서 물러남에 따라 네이버의 대응에도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인야후로 이어지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지배구조 개편도 예상된 수순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가 대놓고 ‘지분 매각’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프트뱅크를 통해 지분 축소 메시지를 던진 상황이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동업 관계에도 균열이 있어 양사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서로 대안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변수는 양국 정부가 향후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이번 대응책에 만족한다면 추가적인 지분 변동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지분 관계 역시 ‘동업 관계’에서 소프트뱅크를 최대주주로 올리는 쪽으로 압력이 가해진다면 네이버 역시 지분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러한 라인야후 상황에 대해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정의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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