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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첫 3선 런던시장에 오른 ‘버스 기사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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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가정 출신 사디크 아만 칸

조선일보

2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3선에 성공한 사디크 칸(오른쪽) 런던시장이 4일 런던시청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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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의 아들이 계속 런던을 운전한다(이끈다).”

사디크 아만 칸(53) 런던시장의 3선이 확정된 4일, 영국 매체들이 그의 당선 소식을 전하면서 쓴 표현이다. 칸은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런던의 붉은색 더블 데커(2층 버스)를 몰았고 어머니는 재봉일을 했다. 그는 2016년 노동당 소속으로 런던 시장에 출마, 명문사립학교 이튼칼리지와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억만장자 보수당 후보 잭 골드스미스를 누르고 깜짝 당선되자 영국 주요 매체들이 그의 배경을 언급하며 ‘파키스탄 출신 버스 기사의 아들’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그의 별명이 됐다.

칸의 런던시장 3선은 보수당의 몰락과 노동당의 부상을 상징하는 사건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이번 영국 지방선거에서 43.7%를 득표해 보수당 소속 수전 홀(32.6%) 후보를 11%포인트가 넘는 비교적 큰 표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칸은 이번 선거에서 런던 내 모든 공립 초등학교 무상 급식, 2025년까지 대중교통 이용료 동결, 공공주택 4만 가구 신축 공급 등의 공약을 내놨다. ‘복지 확대를 통한 생활난 개선’이 골자다. 이를 통해 노동당 지지층인 중산층 이하 서민 계층에 “보수당이 저지른 과오를 노동당이 청산하고 바로잡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칸 시장 재임 기간 런던의 범죄율이 올랐고, 차량 소유자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환경 부담금을 지운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칸은 이번 승리로 2028년까지 총 12년간 시장으로 재임하게 된다.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의 기록(재선, 8년 재임)을 뛰어넘었다. 런던시장 자리는 지난 2000년 신설, 4년마다 런던 시민이 직접 투표해 뽑으면서 영국 정계의 나침판 역할을 해왔다. 이전에는 중앙 정부가 직접 런던을 관할했다. 그는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을 하는 등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발발하자 초반부터 휴전을 적극 촉구하고 나서며 팔레스타인 쪽에 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남매 중 다섯째로 런던 남부 교외의 얼스필드의 서민 아파트(공공주택)에서 자랐다. 본래 치과의사가 꿈이었지만, 그의 언변을 눈여겨본 선생님의 권유로 북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인권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 1994년 노동당에 입당, 런던 자치구 의원을 거쳐 2005년 하원의원이 되면서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고든 브라운 내각에서 교통부 부장관을 지내다 런던시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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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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