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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사설] “의장 선거 반란 표 색출” 국회가 ‘개딸’에 휘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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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당선자 우원식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당선자로 발표되자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미애 후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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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앞세운 추미애 당선자 대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자 강성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인 ‘개딸’이 우 의원을 찍은 의원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의원들에게 “누구를 찍었는지 공개하라” “투표 인증하라”고 요구하고, 우 의원에게 “사퇴하라”는 압박까지 하고 있다. 민주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 국가 서열 2위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도록 당적 보유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국회의장 경선에 나선 민주당 후보 4명은 “중립은 없다”며 노골적으로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이 대표가 나를 지지한다”며 앞다퉈 명심(明心)을 내세웠다. 막판엔 두 후보가 추 당선자를 사실상 지지하며 사퇴했다. 이 대표 뜻일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우 의원이 선출되자 ‘개딸’들이 나선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 때도 민주당에서 찬성표가 30표 이상 나오자 친명 외곽 조직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끝까지 추적·색출해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했다. 비이재명계 의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반란군 명단’이 돌고 문자 테러와 살해 협박까지 쏟아졌다. 결국 의원 100여 명이 투표 인증샷을 올리거나 “부결 표를 던졌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들지 못한 상당수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자유·비밀 투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 그런데 특정 정치인 열렬 지지자들이 의원들의 투표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장 선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처음이다. 일부 의원의 ‘투표 인증 릴레이’에 이어 또다시 ‘수박 색출’ 소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 의원은 이미 경선 과정에서 타협 거부와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그런데도 개딸의 노골적 압박을 받는다면 그의 여야 중재 역할은 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국회 의석의 거의 3분의 2를 점하고 있다. 국회가 ‘개딸’에 휘둘릴 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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