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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의정부 하수관 알몸 시신’은 병원서 사라진 60대 치매남...단순 변사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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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경기 의정부경찰서 전경.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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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2시 40분쯤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하천 하수관에서 한 남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이 시신은 알몸이었는데, 심각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육안상 시신에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고, 피부 겉에는 긁힌 것 같은 상흔 일부가 발견됐다. 그러나 그 상처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시신의 등 부분 왼쪽 날갯죽지에서는 20cm 정도 크기의 독수리 마크와 해병대 글씨가 새겨진 문신도 있었다.

시신은 당시 하천 공사를 위해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이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시신을 인양해 인근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하수관 입구 쪽을 비추고 있는 방범 카메라(CCTV)를 발견해 곧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 달 분량의 영상만 저장돼있던 이 CCTV에는 사건과 관련한 정황이 담겨있진 않았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인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국과수는 “사인 미상으로, 타살 정황은 없다”는 소견을 내놨다.

사건을 담당한 의정부경찰서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의 신원을 찾아 나섰다.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대조 작업을 벌였고, 경기 남양주 지역의 한 가구 공장에서 일하던 60대 A씨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수사 결과, 그는 사망 전 혼자 살았으며 여의찮은 형편에 치매 등 지병을 앓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일하던 공장의 도움을 받아 월세방에서 생활해오던 그는, 집과 공장을 오가는 생활만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그가 왜 하수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을까. 사건은 지난 1월 27일 시작됐다. 이날 A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공장 관계자와 함께 경기 연천군의 한 공장으로 출장을 갔다. 그런데 A씨가 갑자기 쓰러지며 발작증세를 일으켰고, 그는 의정부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A씨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던 중 당일 오후 5시쯤 스스로 병원 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그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이 병원과 그가 시신으로 발견된 하수관의 거리는 약 1km정도라고 한다. 경찰은 당시 기온을 고려했을 때, 치매 증상이 있는 A씨가 주변을 배회하던 중 이 하수관까지 걸어왔고, 그 안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추위에 떨던 A씨가 알몸으로 발견된 점에 대해선 ‘이상 탈의’ 현상이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체온증의 경우 오랫동안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추운데도 옷을 벗는 이상 행동이 나타난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3월 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의 한 도로변 배수로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이 시신 역시 옷을 벗고 있는 상태였다. 사건 현장 주변에선 그가 벗어둔 옷가지들이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지적 장애를 앓던 50대 여성이 배회하던 중 이곳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주변인들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마친 후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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