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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AI 지각생 된 혁신 아이콘…애플, 넉달새 시총 10%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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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실적 부진, AI 중심으로 재편된 산업계 변화도 못 따라가

美 시총 톱10 중 홀로 하락… “격변의 시기, 누구도 생존 장담 못 해”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2022년 4분기부터 신제품 출시가 있었던 작년 4분기를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감률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혁신 DNA’를 잃고 산업의 생태계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흐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애플은 올 1분기 매출 907억5000만달러(약 123조8284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 하락한 수치다. 1분기 영업이익은 279억달러로 같은 기간 1.4% 줄었다.

애플의 실적을 끌어내린 것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사업이다. 올 1분기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하락한 460억달러였다. 애플의 둘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매출이 8% 떨어진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테크 업계가 애플의 실적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최근의 하락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산업을 PC 중심의 온라인에서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로 완전히 뒤바꿨다. 이커머스(전자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뉴스·동영상 같은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며 사람들의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글로벌 테크 산업은 AI의 등장으로 ‘아이폰 등장’ 이상의 격변을 맞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지금까지 AI와 관련해 제대로 된 제품이나 서비스, 투자 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아이폰·애플워치·맥북 등 애플 기기 사용자끼리만 각종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폐쇄적 생태계’ 때문에 미국 등 각국에서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애플이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려면 승리가 필요하고, AI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가능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AI와 관련해 ‘거대한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격변의 시기에 한순간 기회를 놓치면, 어떤 기업이라도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현재의 애플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자료=애플, 그래픽=백형선


애플이 공개한 1분기 부문별 실적을 보면, 애플이 처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아이폰뿐 아니라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기타 제품’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0% 줄었다. 애플이 ‘차세대 먹거리’로 꼽으며 올해 초 야심 차게 출시했던 혼합현실(MR) 기기 ‘비전프로’의 판매도 부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이후 신제품 출시가 없었던 태블릿PC 아이패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컴퓨터·노트북 제품인 맥(Mac)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 늘었지만, 2022년 수준에는 못 미친다. 사실상 애플의 모든 하드웨어 부문이 부진한 것이다. 그나마 애플뮤직·애플TV·앱스토어·애플페이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이 선방했다. 올 1분기 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2% 늘었다.

이날 애플은 2분기 실적 예상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팀 쿡 CEO는 “2분기 매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 초반’일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되는 가운데 아이폰 판매가 지금 수준에서 더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애플이 기대하는 것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6 시리즈’다. 애플은 여기에 처음으로 AI 기능을 대거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새로운 아이패드 출시, 6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거대 언어 모델(LLM)로 구동되는 시리, AI 중심의 운영 체제(OS) iOS18 등 AI 관련 발표를 다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애플은 1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매입 규모는 지난해 애플 이사회가 승인했던 900억달러에서 22%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배당금 규모 역시 주당 24센트에서 25센트로 인상하기로 했다. 주가가 하락하자,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로 대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소식에 애플의 주가는 실적 하락에도 시간 외 거래에서 6.03% 상승했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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