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치며 매해 100조씩 급증
"채무재조정 촉진·사업전환 프로그램 확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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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영업자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2년 반 새 300조원 넘게 급증한 것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이들의 부실 가능성이 커질 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간한 ‘2022년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 1분기 말 700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4분기 말 엔 803조 5000억원을 찍으며 800조원을 넘어섰고, 2021년 4분기엔 909조2000억원까지 불어나며 900조원마저 돌파했다. 올 들어서도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었고 이 규모는 3분기 말 기준 10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세도 가팔랐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 전년 동기 대비 자영업자대출 증가율은 매분기 두자릿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증가율은 18.8%에 달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2분기(10.6%)와 3분기(10.0%) 10%대를 기록한 후 기준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침체 등과 맞물려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선 점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자영업자대출은 차주별로는 취약차주, 업권별로는 비은행금융기관 위주로 자영업자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취약차주가 18.7%로 비취약차주(13.8%) 대비 높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대출 증가율(28.7%)이 은행 대출 증가율(6.5%)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자영업자 부실위험률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조치가 적극 시행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앞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융지원정책 효과마저 소멸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률이 급등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자영업자 부실위험률 모형을 통해 시나리오별 부실위험률 변화를 시산한 결과, 금리상승과 경기부진이 나타날 경우 올해 말 취약차주의 부실위험률은 16.8%까지 상승했다. 정책효과까지 소멸될 경우 취약차주의 부실위험률은 19.1%까지 치솟는 것으로 예측됐다. 자영업자대출이 코로나19 이전 추세대로 증가할 경우, 내년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의 부실위험규모는 15조에서 19조5000억원까지 늘어난 거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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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대출의 부실위험을 낮추려면 취약차주의 채무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조치의 단계적 종료 및 만기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제언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영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폐업지원 및 사업전환 프로그램도 확충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월 금융브리프 보고서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를 현재와 같이 반복하기보다는 채무조정 등 부채정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지원대상을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데 필요한 통계를 보다 면밀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선 부실차주 대신 경쟁력 있고 생산적인 영역으로 자금이 흘러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빚 상환 여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인 만큼 이들의 부실위험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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