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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할아버지·할머니, 저 월드컵서 MVP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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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귀국하자마자 조부모 찾아

포르투갈戰 최우수 선수 트로피 바쳐

손목에 이름 새겨 ‘키스 세리머니’도

“두 분은 내 인생의 전부이자 모든 것”

조선일보

카타르 월드컵을 마치고 지난 7일 귀국한 황희찬(가운데)이 할아버지(왼쪽),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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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카타르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조부모에게 경기 최우수선수 트로피를 바쳤다.

지난 7일 귀국한 황희찬은 경기 부천에 있는 집에서 조부모를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대표팀 훈련복 차림으로 바닥에 앉은 황희찬이 소파에 앉은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에게 자연스럽게 기댄 모습이다. 할머니가 꼭 끌어안고 있는 빨간 트로피는 황희찬이 지난 3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받은 것이었다.

황희찬은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에서 자랐다. 단독주택에서 한때 4대가 함께 살았고, 10명 넘는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가족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란 그는 지금도 가족을 끔찍이 아낀다.

특히 황희찬은 조부모에 대한 효심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할아버지는 91세, 할머니는 87세 고령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 조부모 손에서 자란 황희찬은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내 인생의 전부이고 모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황희찬은 해외에 있을 때면 2~3일에 한 번씩 부모와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그 끝엔 매번 조부모의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황희찬이 해외로 출국할 때면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라도 공항에 나가 손자를 배웅하곤 했다.

황희찬은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 자신의 왼쪽 손목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했다. 손목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어느 날 황희찬이 조부모에게 이름을 한자로 써달라고 해서 대충 써줬더니, 조부모가 써준 한자 모양 그대로 문신으로 새기고 돌아왔다고 한다. 조부모는 “그럴 줄 알았으면 더 잘 써줄 걸 그랬다”고 말했다고 한다. “골을 넣으면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는 황희찬은 이번 월드컵 전에도 ‘손목 키스’ 세리머니를 선보여왔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경기들은 한국 시각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열렸다. 하지만 고령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의 경기를 빠짐없이 모두 챙겨봤다. 할머니는 손자의 활약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손자가 다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TV 중계를 봤다고 한다.

모처럼 한국을 찾은 황희찬은 부천 집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1일 잉글랜드로 출국할 예정이다. 그의 소속팀 울버햄프턴은 오는 21일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경기를 앞두고 있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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