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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차량 치고 도주하려던 음주 오토바이… 남고생 4명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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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줄게” 회유도 거절

조선일보

차량 범퍼를 박고 넘어진 음주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학생들. /연합뉴스TV


학원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던 남고생 4명이 차량을 치고 도망가려던 음주 오토바이 운전자를 붙잡은 사연이 알려졌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 20일 경기남부경찰청 평택경찰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이들을 격려해달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작성자 김모씨는 ‘음주운전 물피도주 범인을 잡은 태광고 2학년 학생들을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7일 금요일 밤,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태광고 2학년 남학생 4명이 음주 오토바이가 주차된 차량 추돌 후 도주하는 것을 목격, 현장에서 경찰 신고와 피해 차주에게 연락을 취한 뒤 오토바이 운전자가 도주하지 못하게 잡아두고 경찰에 인계했다”며 “음주 물피 도주범을 잡은 용감한 학생들을 칭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남고생 4명은 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여기에서 당시의 자세한 상황이 전해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주준영·최민영·이민혁·구경모 학생으로, 이들은 당일 오후 10시 20분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경기도 평택시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자동차 범퍼를 박고 넘어진 음주 오토바이를 목격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학생들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휘청거리다 자동차 범퍼에 박았다”며 “갑자기 차 앞에서 넘어지더니 못 일어나시더라. 쓰러진 운전자분이 술 냄새도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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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오토바이 운전자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고등학생들. /연합뉴스TV


학생들은 각각 역할을 나눠 음주 오토바이 운전자를 붙잡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주군과 최군은 운전자가 도주하지 못하도록 운전자를 붙잡았고, 이군은 경찰에 신고했다. 구군은 피해 차주에게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학생들에게 “그냥 보내주면 각자 100만원을 주겠다”는 회유를 시도했으나, 학생들은 거절했다고 한다. 최군은 “그 말이 진짜인지도 판단할 수 없고, 받으면 더 문제가 커질 것 같았다. 그건 좀 아니다 싶어서 경찰을 기다렸다”고 했다.

학생들의 기지에 음주 오토바이 운전자는 체포 후 입건됐다. 평택경찰서 측은 음주 운전자 검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학생들에게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반응이다. 구군은 “다음에도 똑같은 일 일어나면 또 똑같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군 역시 “조금만 더 용기 내면 일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군은 평소 꿈이 경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은 “어르신들이나 불편하시거나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고, 도와드리고, 이번 일 같이 경찰이나 119에 인계해 드리고 보내드린 적이 몇 번 있다”며 “그러면서 제 경찰에 대한 꿈이 확실해졌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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