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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김성회의 고사성어 리더십] 장강의 물결을 어찌 거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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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얼마 전 지인 모임에서 세대론이 화제가 됐다. 한 분이 '90년대생이 온다'고 하자, 또 다른 분이 '90년생도 간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나이와 경험에 의지해 마일리지를 쌓은 것처럼 행세하는 것)보다 밀레 유세(밀레니얼+유세·신세대의 패기에 기대 유세를 부리는 것)가 더 강력하다"며 "미래권력에 아부해야 살아남는다"고 처세론을 설파해 웃었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양자강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은 세대교체론의 대표적 글귀다. 송나라 유부(劉斧)의 소설 '청쇄고의(靑쇄高議)'에는 "덧없는 일, 새 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네(浮事新人煥舊人)", 명대 말기의 격언집 '증광현문(增廣賢文)'에는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네(一代新人煥舊人)"로 뒤따르는 구절이 다르지만 메시지는 같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선배인 앞 물결 세대에겐 허무하지만 후배인 뒷물결 세대에겐 진취적 의미로 동상이몽 풀이된다. 옛사람들도 '장유유서'의 인위적 질서가 '후랑추전랑'의 자연 이치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았던 듯하다.

대만의 근세사학자·논객 리아오(李傲·1935~2018)는 선배 세대의 씁쓸함을 이렇게 토로한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니, 앞 물결은 모래톱 여울에 스러지네. 뒷물결의 영광은 얼마나 갈 것인가, 순식간에 그들 또한 같은 꼴을 당할 터이니(長江後浪推前浪 前浪死在沙灘上 後浪風光能幾時 轉眼還不是一樣).' 성경의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를 연상시킨다.

이외에도 '앞 물결이 스러지지 않고 바다로 돌아가면, 꺼지지 않고 온갖 노력 끝에 되살아나 뒷물결 된다네(前浪不死回海上 浴火重生成後浪)' 버전도 있다.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I will be back)'류 터미네이터 버전의 기성세대 불패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포인트는 '욕화중생(浴火重生·불 속에 뛰어들어 새 삶을 얻는다)'이다. 욕화중생은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내는 환골탈태와 같은 뜻이다. 비키거나, 바뀌거나. 장강의 법칙에 밀려나지 않으려면 '욕화중생'의 각오로 변해야 한다.

전랑후랑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성세대는 신진 세대의 힘에 '굴복'한 게 아니라 내적 오만을 '극복'하지 못해서 무너졌다. "세상의 3손, 손(hand),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겸손의 3손 중 제일은 겸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매일경제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숙명여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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