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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취업자 31만명 늘었다는데… 국민연금 가입은 10만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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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안정된 국민연금가입 기업 40만개 분석

통계청은 올 3월 취업자가 작년 3월보다 31만4000명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1년간 내리 감소하던 취업자 수가 13개월 만에 증가했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민간 일자리 상황이 개선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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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2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국민취업지원제도 관련 안내문을 읽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청자는 전날 기준으로 19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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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1일 본지가 입수한 국민연금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질 좋은 민간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 사업장(직장) 가입자는 올 3월 1년 전에 비해 10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3명 이상인 법인 사업장 40만5501개를 전수조사 한 결과다.

통계청 취업자와 국민연금 가입 근로자의 증가 규모가 20만명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은 통계청의 경우 주 1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를 취업자로 간주하고,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 등 단기·초단기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자영업자, 일시 휴직자 등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사업장 국민연금은 정규직과 계약직은 의무 가입이고 일용직은 한 달 이상 근무하면서 월 8일 이상(60시간 이상) 일하면 가입할 수 있다. 자영업자는 지역 가입자로 잡힌다.

들쭉날쭉하는 취업자와 달리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수는 증가 속도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9년 3월에는 1년 전보다 22만명 늘었는데 작년 3월에는 17만명, 올 3월에는 10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 3월과 올 3월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쿠팡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쿠팡은 직고용 배달 기사 등 1만3002명을 늘렸다. 2위는 쿠팡의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9097명)였다. 쿠팡과 풀필먼트서비스를 더할 경우 3위인 삼성전자(5841명)의 4배 가까이 일자리를 늘렸다. 이처럼 근로자가 많이 늘어난 업종은 전통적인 일자리 텃밭인 제조업·음식숙박업 대신 배달, 콜센터 등이 많았다. 많이 줄어든 업종은 외식, 영화관, 여행 등이었다. 또 과거와 달리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많이 늘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증가 쿠팡 1·2위, 마켓컬리 4위… 제조업은 20위내 3곳

작년 3월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10만2668명), 현대자동차(6만8013명), LG전자(4만342명), SK하이닉스(2만7888명) 순이었다. 전통적인 제조업 일자리가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그러나 1년 새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 쿠팡(2만3058명)과 물류센터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3만1216명)가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이 두 회사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합하면 현대차를 바짝 추격한 국내 3위 사업장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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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과 비대면 비즈니스 업체에서 일자리 늘어

본지가 전년 3월과 비교해 올해 3월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많이 늘린 사업장 20곳을 분석한 결과, 일자리 수를 각각 129%, 41% 늘린 쿠팡과 쿠팡풀필먼트가 1~2위를 차지했다. 연봉 3000만~5000만원인 직고용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상품 포장 직원 등이 1년 새 2만2000명가량 늘어난 것이다. 신선식품 배달업체인 마켓컬리가 4위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45조8900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달보다 29% 늘었는데, 일자리 시장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비대면 사업 일자리도 늘었다. 콜센터 등 아웃소싱을 전문으로 하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1568명)와 LG계열 콜센터업체인 씨에스원파트너(1031명)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많이 늘린 20위권 사업장에 들었다. 코로나 수혜 업종의 대표 기업인 코웨이는 사업장 내 국민연금 가입자가 1648명 늘어 5위였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렌털 가전 실적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코웨이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707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 늘기 힘들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늘어난 사업장 상위 20위권 중 제조업종 대기업은 삼성전자, LG이노텍, 대구텍 등 3곳뿐이었다.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 일자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온 제조업이 앞으로는 예전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관리법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제조 대기업 사업장의 로봇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제조업에선 앞으로도 일자리가 늘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대기업도 고용 흡수 기능을 담당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수가 5000명 이상인 기업 103곳의 3월 가입자 수를 모두 합하면 121만8014명으로 1년 전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로 외식업 일자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뷔페 애슐리·자연별곡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이츠, 롯데리아·엔제리너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 급식업체 아워홈, 빕스·계절밥상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 등이 국민연금 가입자 수 감소 20위권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에선 가입자 수가 2400명 이상 줄었고, 같은 영화관 업체 CJ CGV도 1251명 감소했다. 하나투어(-1902명)도 감소 폭이 컸다.

비대면 배달 산업의 활성화는 전통적인 유통업체 일자리를 줄였다. 한때 유통 대기업들이 기업형수퍼마켓(SSM)으로 부르며 경쟁적으로 확장했던 매장들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GS수퍼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1300명 가까운 인원을 줄였고, 롯데슈퍼는 68개 매장을 정리해 1200명 가까운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없어졌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 감소 2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은행에 소속된 종사자 숫자도 상당 부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805명), 국민은행(-613명), 하나은행(-505명), 신한은행(-88명) 식이다. 대면 영업을 하던 지점 숫자를 줄인 영향이 크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에선 1년 새 국민연금 가입자가 2351명 줄었다. 한·일 갈등으로 인한 불매 운동 등의 여파로 매장 문을 줄줄이 닫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계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해 기술 유출 논란에 휩싸인 매그나칩반도체는 가입자 수 감소 8위에 올랐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1년 새 2340명에서 829명으로 줄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1년 동안 가장 많이 줄어든 사업장은 LG화학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작년 12월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두 사업장의 일자리는 580명 정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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