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39배로, 이익은 259배로, 시가총액은 396배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27년간 그룹을 이끌며 일궈낸 성과는 눈부시다. 고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대약진시키며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도약시켰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과 동시에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 회장의 선언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꿈을 현실로 변화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87년 취임 당시 약 10조원이었던 삼성 매출액은 2018년 기준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어났다. 이 기간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늘어났으며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 증가했다.
이 회장이 던진 승부수는 반도체였다. 이 회장은 197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를 누비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동향에 눈을 떴다. 그는 32세 때 선대 회장의 반대에도 파산 위기에 처한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한 뒤 실리콘밸리를 수십 차례 드나들며 기술 확보에 힘썼다.
이 같은 노력이 오늘날 삼성 반도체 신화의 밑바탕이 됐다. 주변의 만류와 비판적 시각에도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 진출을 강행했고 그 결정은 삼성의 운명을 바꿨다.
그가 파산 직전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다. 한 일본 기업 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동양방송 이사였던 이 회장은 이 같은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까지 그들의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습니까?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지요. 제 사재를 보태겠습니다"라며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50만달러에 인수했다.
반도체에 공들인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반도체 성공에 이어 이 회장은 '애니콜 신화'로 삼성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변모시켰다. 1993년 이 회장은 "반드시 1명당 무선 단말기 1대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합니다"라며 삼성의 신사업으로 휴대폰 사업을 점찍었다.
이 회장은 이어 2005년 밀라노 선언을 통해 휴대폰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에 선도적인 투자를 지속해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흥행에도 성공하며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로 우뚝 서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노현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