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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시장이 오히려 성추행 당해” 親與세력, 악의적 편집으로 2차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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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자르는 영상 확대해 “여성이 朴시장 손 감싸” 주장… “나쁜X” 모욕 댓글 수천개 달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에 대한 친여(親與) 진영의 ‘2차 가해’가 도를 넘고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이 진위(眞僞)가 확인되지 않은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A씨가 오히려 박 시장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하자, 피해자를 모욕하는 댓글이 수천 개 달렸다. A씨 측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의적 영상으로 피해자 A씨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 올라온 영상에서 박원순 전 시장과 한 여성이 케이크를 자르기 위해 칼을 쥐고 있다. /유튜브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엔 ‘단독! 고(故) 박원순 시장 고소인 영상 공개!’라는 제목으로 박 전 시장과 한 여성이 나란히 서서 같이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자막은 ’2019년 3월 26일 박원순 시장의 생일날 촬영한 동영상'이라며 ‘이(해당) 여성이 고소인(A씨)’이라고 했다. 여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이 영상엔 박 전 시장과 여성이 케이크 칼을 함께 쥔 모습이 나온다. 영상은 두 사람의 손 부분을 확대해 보여주며 자막으로 “(여성이) 굳이 손을 감싸쥐어야 하느냐”고 했다. 이 여성이 의도적으로 박 전 시장의 손을 덮었다는 것이다. 이어 여성의 손이 박 전 시장 어깨와 팔에 닿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준다. 영상 제작자는 여성이 박 전 시장 어깨를 의도적으로 쓰다듬은 것처럼 편집했다. 영상은 자막으로 “누가 누구를 성추행하는 것인가”라며 “과연 저 모습이 4년간 지속적으로 성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라 볼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 영상은 20일 오후까지 39만회 이상 조회됐다. 댓글은 2900여개가 달렸는데, 대부분은 피해자 A씨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그중엔 ‘성추행은 고소인이 하고 박 시장님에게 뒤집어씌웠다. 나쁜 X이다’ ‘스킨십이 노련하다.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자로 보인다. 순진한 박 시장이 당한 것이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유튜브 채널 소개란엔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저서를 토대로 진보의 큰 바다를 항해하는 유튜브 채널”이라고 돼 있다.

A씨 측 김재련 변호사는 “해당 영상에 나온 여성이 A씨인지를 논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며 “온라인에 올라오는 A씨에 대한 2차 가해성 글과 영상을 지속적으로 증거로 수집하고 있고, 필요하면 법적으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영상 속 여성이 누군지 확인하게 만들려는 시도 자체도 2차 가해”라고 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르면, ‘2차 피해’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정보통신망 이용)를 이용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이나 회복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포함한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협회 회장은 “박 시장이 피해자인 양 영상을 올려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려는 시도”라며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지여부를 떠나, 피해자를 재차 가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엔 MBC 취재기자 필기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라는 논제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일부 작가들이 추진하는 전시회도 2차 가해 논란을 불렀다.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와 만화가 박재동씨 등이 준비하는 ‘말하고 싶다’ 전시회 홍보 포스터는 입 부분이 뚫린 마스크를 쓴 김 변호사가 ‘2차 가해’라고 적힌 종이를 든 모습이 담겨 있다. 포스터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등이 함께 실렸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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