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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60대 미만 취업자 지난달 69만명 감소… 1년 미만 단기직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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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 연속 감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부산의 한 카페에서 '알바'로 일하던 최모(여·35)씨는 최근 일을 그만뒀다. 최씨는 "3월부터 손님이 줄어 불안했는데, 지난달 중순에 사장이 '월급 주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열린 ‘2020 노원구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많이 몰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만2000명 줄었다. 60대 이상만 33만8000명 늘었고, 다른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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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촉발된 고용 충격이 최씨와 같은 여성은 물론, 청년층과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 취약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6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지난해 6월보다 35만2000명 감소한 270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수는 올해 1월과 2월엔 각각 56만8000명, 49만2000명 늘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3월에 19만5000명 줄었고, 4월(-47만6000명), 5월(-39만2000명)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수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와중이던 2009년 10월~2010년 1월 이후 10여년 만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고용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층,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 취약 계층에 타격 집중

조선일보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에서만 취업자가 33만8000명 늘어났을 뿐, 20대 이하(-17만명), 30대(-19만5000명), 40대(-18만명), 50대(-14만6000명) 등 다른 모든 연령에서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10.7%로 IMF 외환 위기였던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청년층의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도 26.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청년층과 함께 고용 취약 계층인 임시·일용 근로자와 여성 취업자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고용계약 기간 1년 미만인 임시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40만8000명 줄었고, 1개월 미만인 일용직 근로자도 8만6000명 감소했다. 여성 취업자 수는 22만3000명 줄어 남성 취업자(-12만9000명)에 비해 감소 폭이 컸다. 취약 계층의 고용 사정이 나빠진 것은 이들의 종사 비율이 높은 대면 서비스 업종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직격탄'을 맞아 취업자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6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18만6000명 줄었고, 도·소매업과 교육 서비스업 취업자 수도 각각 17만6000명, 8만9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사정도 어려워졌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7만3000명 줄었는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만8000명 늘었다. 사업이 어려워지자 직원을 내보내고 '나 홀로 자영업'으로 돌아섰거나 아예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임시·일용직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많은 분이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고, 청년 일자리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마음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쉬었음' 인구 최대치… 고용 침체 장기화 우려

6월 '쉬었음' 인구는 229만6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6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란 일할 능력이 있지만, 병원 치료나 육아, 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으니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코로나 19 확산 충격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27%가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 고용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예산으로 만드는 단기 일자리에 따라 통계는 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하반기에도 고용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에 비해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도 고용시장 침체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홍 교수는 "인상 폭은 크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면서 "폐업하거나 고용을 줄이면 고용시장엔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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