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선수들 자필 진술서 공개
최숙현씨 동료 선수들 자필 진술서. / 임오경 의원실 |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선수들이 팀 닥터로부터 당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포함된 진술서 일부를 공개했다. 팀 닥터로 불리던 치료사 안주현씨는 최씨의 동료들이 폭행·폭언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한 '3인방' 중 한 명이다.
자필 진술서에서 한 선수는 "안주현 선생님이 갑자기 자기 방으로 불러서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라며 뺨을 2차례 때렸다가 갑자기 또 웃으면서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고 예뻐했는데'라며 볼에 뽀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또 '니가 나한테 해준 게 얼만데 선물 하나 안해주냐'며 뺨을 맞고 (이런 과정의) 반복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다른 선수는 "안주현과 치료, 보강훈련을 이유로 만났는데 훈련과정 중 수영 동작을 알려준다면서 서있는 상태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쪽 손으로 목을 감았다"고 했다. 이어 "(안씨가) 그러면서 '본인 목을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끌어안을 때처럼 끌어 안으라'고 말해서 굉장히 불쾌했다"고도 했다.
안씨가 여성 선수들만 머무는 숙소에 술을 들고 찾아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피해 선수는 "(훈련 시간 외에 안씨가) 식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저희를 불렀다"며 "훈련을 끝내고 와서 피곤하고 가기 싫었는데 주 2~3회 불렀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는데도 밤 7시반이 넘어 와인 한 병을 들고 (여성 선수 숙소에) 와서 혼자 마셨다"며 "저희 둘밖에 없는 여자 숙소라 저희는 '이건 아니다' 싶어 감독에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 역시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선수들로부터 받고 있다.
최숙현씨 동료 선수들 자필 진술서. / 임오경 의원실 |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안씨의 폭행이나 폭언은 일상처럼 이뤄졌다. 한 선수는 "2017년 여름 경산 숙소에서 안주현이 술에 취해 제 뺨을 수차례 손바닥으로 가격했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는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안주현이 과하게 술을 마신 뒤 여러 사람을 구타하고 폭행과 욕설, 비하발언을 했다"며 "전지훈련 기간엔 선수들을 자기 하인처럼 부려먹고 막 대했다"고 했다.
또 "아침마다 새벽 운동 끝나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타서 갖다주는 건 물론이고 과일, 탄산수까지 매일 갖다 줘야 했다"며 "매일 하는 선수 몸 체크 마사지를 10분도 안 돼 끝내놓고 (선수들이) 휴식 시간을 못 갖게 방해했다"고 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전 주장 등 3명이 6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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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한 최숙현씨 동료들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과 전 주장 장윤정씨, 팀닥터 안주현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들 중 김 감독, 장씨와 다른 남자 선수 A씨는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씨는 나오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폭행·폭언한 적이 없느냐'는 질의에 "그런 적 없다"고 했고, 장씨 역시 "폭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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