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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박근혜 누드 풍자화’ 훼손 예비역 장성…法 “그림값+위자료 900만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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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전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풍자화 ‘더러운 잠’을 훼손한 해군 예비역 장성 등이 그림값에 위자료까지 보상하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2부(재판장 송영환)는 화가 이구영씨가 예비역 장성 심모(66)씨와 목모(61)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심씨 등이 이씨에게 그림값 400만원과 위자료 500만원 등 총 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선일보

2017년 1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곧, 바이! 展’에 전시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을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가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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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씨는 2017년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 展(전)’에서 이구영씨의 그림 ‘더러운 잠’을 벽에서 떼어낸 후 바닥에 던졌다. 함께 있던 목씨도 바닥에 던져진 그림을 구기고 액자 틀을 부수는 등 훼손했다. 화가 이씨는 그림값 40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 등 총 1400만원을 물어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누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나체 여성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배경에는 침몰하는 세월호의 모습과 ‘국정농단 사태’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도 함께 그려져 있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그림의 ‘시가 상당액’인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작가가 받은 ‘빨갱이’ ‘여성 혐오 작가’ 등의 (사회적) 비난들은 작품의 내용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지 심씨 등의 행위로 인해 촉발되고 확대됐다고 볼 수 없다"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2심은 "피고들의 행위는 재물손괴에 해당함과 동시에 예술작품이 표상하고 있는 예술창작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특히 기자 등 다중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작품을 훼손했기 때문에 심한 모욕과 경멸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재산상 손해배상만으로 정신적 손해가 회복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오히려 재산상 손해보다 정신적 손해가 더 크다"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0만원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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