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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World & Now] 새로운 富의 원천은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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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일즈포스'라는 회사가 만든 고객관리 소프트웨어(CRM)를 사용하는 것은 국도를 달리던 업무를 고속도로로 진입시키는 것과 같다. 고객관리에 대해 공부하지 못했던 사람도 최고의 고객관리 전문가가 만들어 놓은 업무 매뉴얼대로 편리하게 실무 고객관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도구로 전사적자원관리(ERP)라는 것이 있다.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이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고 거기서 나온 매뉴얼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고로 일 잘하는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매뉴얼화하고, 이를 다시 디지털로 바꿔 누구나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의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과거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과정을 단순화하면 △물건 잘 만드는 사람들(주체)이 △물건 잘 만드는 방법(매뉴얼)을 △기계에 입력한 다음 △이를 자동화해 일을 획기적으로 빨리 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또는 디지털혁명)이라 불리는 그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서비스(고객관리, 자원관리, 요리, 번역, 법률서비스 등)를 잘하는 사람들(주체)이 △서비스 잘하는 방법(매뉴얼)을 △기계(인공지능)에 입력해서 △인공지능 등의 도움으로 일을 획기적으로 빨리 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디지털로 전환된 매뉴얼, 즉 지식은 쉽게 소프트웨어가 돼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되고 컴퓨터 힘을 빌려 자동화시킨다. 요리를 정말 잘하는 고든 램지라는 요리연구가가 만든 레시피(매뉴얼)를 디지털로 입력해 로봇이 이를 요리하면 저렴한 가격에 보다 많은 사람이 최고급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의 혁신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례로 'B8TA(베타)'라는 스타트업은 어떤 회사가 팔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팔아주는 회사다. 본인들은 매장만 갖고 있고 제품 생산은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각종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을 매장에서 정성껏 판매해 주고 오프라인에서 고객관리를 도맡아 해 준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 관리 노하우가 생겼다. 스타트업이 제품을 가져와서 판매한 다음 사후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객 반응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스타트업에 던져 주면 좋아하는지 등을 전산으로 관리했다. B8TA는 이런 판매 대행 서비스 노하우를 자신만 갖고 있을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날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백화점 메이시스에 해당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거에는 훌륭한 지식을 가진 인재가 해당 지식을 소속된 회사를 위해서만 썼지만, 이제는 그 지식을 보다 넓은 주체들을 위해 판매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지식에서 수많은 부가 창출되고 있다. 디지털혁명 또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그 현상에서 이기는 방법은 결국 세상에 없던 지식을 만드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 즉 '지식혁명'에 있음을 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목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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