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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중국의 한국인 2018] ‘소비자 덕후’가 세 번의 이직을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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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일 때 네이버에 입사하고 싶었는데 면접까지도 못 가고 장렬히 떨어졌다. 그 네이버 본사에 강연하러 온것이 뜻깊다.”

23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개최된 중국의한국인 콘퍼런스의 연사로 나선 이재철 푸싱그룹 전무의 강연 첫 말이었다. 이재철 전무가 몸담고 있는 푸싱그룹(Fosun group, 复星)은 2007년 홍콩거래소 메인보드 상장, 2017년 말 기준 자산규모 90조를 돌파한 거대 민영기업이다. 앞서 그는 소비재 제조업(LG생활건강HQ/해외마케팅), 알리바바 티몰(알리바바HQ/티몰), 신유통 대표모델 허마셴셩(알리바바HQ/허마)를 거친뒤 푸싱에서 해외신규사업개발 및 투자 업무를 하고 있다.

스스로를 ‘소비자 덕후’라 칭하는 이 전무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전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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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푸싱그룹 전무/사진=플래텀DB



사회생활을 관통하는 고민 ‘나는 얼마나 소비자를 알고 있는가’

사회에 나와 소비재를 제조하는 회사(LG생활건강), 소비자를 연구하는 플랫폼(알리바바 티몰, 허마셴셩), 그리고 지금은 투자쪽 일을 하고 있다. 세 가지 업의 연관관계가 그리 많지는 않을거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소비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소비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되새긴 근본적 질문이었다. 우리 브랜드와 제품이 중화권 소비자에게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게 풀리려면 언제, 어디서, 왜 소비행위가 일어나는지를 알아야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간간히 출장을 가는 것 만으로 소비자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중국 현지로 와서 티몰로 이직했다.

티몰에는 중국 소비자, 온라인 DNA와 데이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학습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내 손으로 뭔가를 하고 싶었다. 창업이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하기에는 겁이 났다. 그러던 차에 간접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투자업무다.

나는 ‘소비자 덕후’다.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그리고 소비자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명확한 목표다. 다른 일은 그 목표로 가는 곁과정이었다.

소비자 데이터를 찾아 ‘알리바바’로

사회생활 초반 나는 소비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책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 내에서도 그걸 잘 아는 선배를 찾기 어려웠다. 중국 현지 주재원을 붙들고 물어봐도 내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직접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빨리 현장에 가서 경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 연차를 감안하면 3~5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아무리 장기출장을 간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는 힘들다고 봤다. 그래서 첫 직장 퇴사를 결정한다.

이직을 결정한 배경에는 출장을 다니면서 보게 된 알리바바의 데이터다. 알리바바 사내에서 보는 모든 프로그램이 소비자와 관련된 것이었다. 단순 액셀 장표가 아니라 취합된 자료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보여졌다. 마이너리티리포트처럼 말이다. 가고 싶었다.

알리바바는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입사가 되는 회사는 아니다. 알리바바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내 매력을 반복적으로 어필했다. 알고지내던 티몰 헤드에게 내가 그라면 할 수 있는 업무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고민해서 말했다. 실례로, 티몰이 경쟁사에게 우위를 점하려면 전략적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어렵게 면접의 기회를 잡았다. 기본적으로 화상면접 3회였는데, 그걸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사비를 털어 두 번 항저우로 날아갔다. 절박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소비자 데이터가 너무 보고 싶었다. 운 좋게도 빅데이터를 유일하게 활용하는 회사 알리바바에 입사한다.

알리바바에서 소비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충분히 찾아봤다. 정보를 습득하는 소중한 일상이었다. 알리바바에 있을 때 세 번의 솽스이(광군제, 솔로의 날)도 겪는다. 알리바바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했다. 알리바바는 큰 기업이지만 내부 유닛은 각각의 독립된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다. 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각 팀이 경쟁을 해서 시장에 출시를 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 하면 도태가 되고 없어진다. 사실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실패를 해도 회사에서 기회를 많이 줬다. 두 개 정도는 시장에 나가서 성과를 냈다. 그 중에 하나는 범용 마케팅 툴이 되었다.

온오프라인의 융합 ‘신유통’ 대표 모델 ‘허마셴셩’으로

알리바바에서 내가 원하는 데이터는 볼 수 있었지만 근원적인 고민이 들었다. 그 데이터가 단지 온라인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데이터는 알리바바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보다 여전히 더 크고,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구체적인 체험은 만들어 낼 수 없잖나.

하지만 신유통의 첨병 허마셴셩을 보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형태였다. 허마셴셩 어플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매장 내 직원이 제품을 받아서 3Km이내면 30분 만에 배달까지 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30분 안에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것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마셴셩에는 오픈키친으로 요리를 바로해서 자리로 가져다주는 로봇식당도 있다. 남녀노소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서비스고 재미를 주는 것이다. 오프라인 트래픽이 몰릴 수 밖에 없다.

허마셴셩은 경쟁사 대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오프라인으로 눈으로 보고 믿으니 온라인으로 주문도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도 활용된다. 소비자가 사고싶은 제품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구 알려준다. 이는 강력한 무기다.

현재 오프라인의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더이상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임대비와 인건비는 계속 오른다. 때문에 큰 돈을 버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 약점을 저렴한 가격으로 아마존과 타오바오 등 온라인 기업이 공략했다. 여기에 가치를 더한 것이 ‘신유통‘이고 그 대표모델이 허마셴셩이었다. 온오프라인이 결합되는 과정을 보고 싶었다. 그곳에 있던 티몰출신 동료가 끌어줘서 갈 수 있었다. 허마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글로벌 소싱을 맡아서 했다. 알라스카에 가서 킹크랩을 사고 칠레에 가서 체리를 실어왔다.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가 오프라인에 투자하는 것은 데이터를 얻기위함이다. 월마트는 아마존에 비해 3배 더 크다. 하지만 시총규모는 아마존이 더 크다. 소비자 데이터를 누가 더 가지고 있고 활용하느냐를 자본이 평가한 것이다.

‘기다리면서 끝나는 인생’을 살지 말길

좋은 제안을 받아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큰 투자회사라 할 수 있는 푸싱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직접적인 가치와 결과를 내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 진짜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인 창업을 먼저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걸 이루는 실행의 과정이다. 결국 실행이 답이다. 호기심과 기회, 옳다고 여기는 것, 꿈을 위해 실행하면 잃을게 없다.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해도 중요한 것은 오너십이다. 자신을 직원으로 한정짓지 말고 회사의 재정상태는 어떤지, 본인이 연봉대비 회사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를 고민해보자.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회사 대표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직장에서 오너십을 갖는다면 그 다음이 있다.

마윈 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생각이 가난한 사람, 부정적인 인식을 달고사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의 인생은 기다리면서 끝난다.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

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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