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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싱크로드] 울릉도와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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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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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이 품은 문명의 보석, 눈 감아도 잊히지 않을 풍경, 여행자의 로망, 여행지의 신전(神殿)…. 이런 수식어가 외람되지 않을 만한 곳. 그리스 산토리니섬이다.

화산 폭발로 생겨난 기암절벽의 화산섬. 면적 73㎢에 거주인구 1만2000여 명. 산토리니와 꼭 닮은 조건을 가진 섬이 우리나라 동해에 있다. 울릉도다.

다른 게 있다면 산토리니를 찾는 세계 각지의 여행객이 매년 2000만명에 가까운 데 비해 울릉도는 지난해 40만여 명이 찾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그래도 1년 새 관광객 15만여 명이 늘었을 만큼 울릉도는 요즘 뜨고 있다. 특히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20·30대에게 인기다. 새삼 울릉도가 주목받게 된 것은 일본의 끊임없는 영유권 도발로 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울릉도는 독도에서 뱃길로 2시간 남짓 떨어져 있고 날씨가 맑을 때는 육안으로 독도를 볼 수도 있다. 독도는 풍랑 때문에 배가 상륙하기 어렵다 보니 울릉도가 독도 여행의 중간 정박지가 된다. 울릉도는 그 자체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같은 화산섬이지만 제주도보다 거칠고 원시적인 자연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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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망향봉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울창한 삼림과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하는 동해의 풍광은 에게해나 지중해 어느 절경에 견줘도 손색없다. 밤이면 저동항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뿜어내는 집어등(集魚燈) 불빛이 쏟아지는 별빛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성인봉 등산코스와 나리분지에서 감상하는 가을 단풍은 내륙과 다른 기후 때문인지 담백하고 아기자기한 색감을 발산한다.

우리나라 최대 다설지답게 겨울이면 신비로운 설국의 진면모가 펼쳐진다. 낮과 밤, 사시사철의 천변만화가 울릉도의 경쟁력이다. 그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앞으로 구축될 거대한 관광 인프라다.

당장 내년 11월이면 장장 54년을 끌어 온 일주도로 공사가 완공된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탓에 견뎌야 했던 긴 공사 기간만큼 비경의 파노라마를 보여줄 것 같다.

3년 후면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 최대 7만5000t급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국제여객부두가 들어선다. 영일만은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 일본 서안을 아우르는 환동해권 중심이다.

4년 후엔 울릉도 남쪽 사동항에 50인승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울릉공항이 건설된다. 비행기가 날고 크루즈가 뜨는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곧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유럽의 쌍둥이섬 산토리니만큼 각광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울릉도의 화려한 부상은 단순한 관광산업을 넘는 의미가 있다.

청와대는 지난주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울릉도에서 잡은 일명 도화새우를 '독도새우'라는 이름으로 대접해 화제를 모았다. 독도와 불가분의 관광 패키지라는 점에서 울릉도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드는 것만큼 효과적인 독도 영유권 공증 전략도 없을 것이다.

[이창훈 여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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