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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Startup’s Story #358] “동대문 원단 시장을 통째로 온라인화 하는 것이 목표”, 패브릭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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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타임이 운영하는 스와치온(Swatch On)은 동대문 시장에 있는 원단을 온라인 DB화시켜, 해외 독립 디자이너에게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아이템만 보고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라고 예상했지만 정연미, 오민지 두 공동대표는 디자이너 출신도 아니었을뿐더러, 서로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정연미 대표는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산업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인재다. 15년간의 유학 생활을 기반 삼아, 한국에 돌아와서는 유학 업계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벌써 5년간 자신의 사업을 해왔다. 오민지 공동대표는 프랑스 소르본 국립 대학을 수료하고 에스모드(ESMOD) 패션 학교에서 통역 교수로 일했다. 12년간의 파리 유학 생활 동안 패션계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이번 사업의 자산이 됐다..”

긴 해외 생활을 마친 두 사람이 한국, 그것도 야생의 원단 시장에서 발견한 기회는 무엇일까. 패브릭타임의 정연미, 오민지 공동대표를 만나보았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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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타임의 정연미, 오민지 대표



■ 해외 독립 디자이너들에게는 ‘동대문’이 없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느낀 두 사람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오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자신은 ‘감정적이고 무대뽀같은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정연미 대표는 ‘꼼꼼하고 논리적인 타입’이다. 과거 몸담고 있던 업계 역시 경영, 패션으로 극과 극이다. 두 사람은 아직 세계 어디에도 다수의 원단을 온라인 DB화시킨 플랫폼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시장 테스트를 하며 사업의 수익성을 검토했다.

– 세계 어디에도 동대문과 같은 원단 시장이 형성된 곳이 없다고 들었다.

정연미 대표(이하 정) : 중국과 우리나라에만 대규모 원단 시장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도 작은 원단 거리는 있지만, 동대문처럼 3천 개 매장이 다닥다닥 밀집되어 있는 곳은 드물다.

– 이유는 뭔가.

오민지 대표 (이하 오) : 동대문의 발전은 보세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 보세 시장이 발전한 이유가 바로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 덕분이다. 원자재, 봉제, 패턴, 가공 공장이 한 곳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소량의 제품도 아주 빠르게 생산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파 브랜드가 등장해도 국내 보세 시장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진화해가고 있다. 반면 유럽 등지에서는 보세샵이나 로드샵의 수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적다. 장인 정신 보호법의 영향으로 패션 업계가 브랜드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생산이 공방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대규모 원자재 시장이 형성되기가 어렵다.

– 그렇다면 해외 디자이너들은 원단을 어디서 구매하나.

정: F/W, S/S 시즌별로 열리는 오프라인 원단 박람회에 참가해 발품을 팔아야 원하는 원단을 구할 수 있다. 원단 판매가 전혀 온라인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박람회 시즌 외에는 원단을 찾고 구매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존에 거래하던 원단 도매상들이 있지만, 빠르게 바뀌는 패션 시장의 특성상 매 시즌 새로운 원단을 찾고 구매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동대문 원단 시장은 해외 오프라인 박람회와 비교했을 때 가격 대비 품질, 원단의 다양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동대문 원단을 DB화하여 이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만들면 해외 독립 디자이너들의 수요를 충족시킬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파는 시대. 유독 원단 시장만 세상의 변화에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두 대표는 그 이유를 디자이너의 직업적 특성으로 설명한다. 그들은 상업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신념과 취향을 작품에 담아내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옷을 만드는 사용하는 원단 한 장, 한 장을 직접 만져보지 않고서는 절대 구매하지 않는 고집 센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여전히 업계에는 ‘누가 원단을 온라인으로 사냐’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패브릭타임은 이 고정된 관습을 어떤 방식으로 바꿔나가고 있을까.

– 소비자의 행동 방식을 바꾸는 건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서 어려운 일이다. 까탈스러운 디자이너들이 온라인으로 원단을 구매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 방식이 필요했나.

오 : 우리는 업계 최초로 원단 동영상을 구매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진만으로는 원단의 특징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원단의 무게감, 감촉, 질감 등의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동영상 컨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맘에 드는 원단을 고르면, 스와치(원단 샘플)를 신청해 직접 만져볼 수가 있다. 해외 도매상들은 일반적으로 스와치를 한 개 당 1달러 정도에 판매한다. 하지만 동대문 매장은 스와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업계 최초로 다양한 스와치를 담아 받아볼 수 있는 무료 스와치 박스 서비스(Free Swatch Box Service)를 만들었다.

– 동대문 매장과 해외 고객 사이의 중개 역할을 하는 건가.

오: 중개 모델은 아니다.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우리가 직접 동대문 매장에 나가 원단을 구매한다. 사실 매장 상인들은 이 원단이 해외 고객에게 가는지 잘 모른다. 알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 원단에 중간 이윤을 붙여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원가의 두 배 정도로 판매하고 있다.

– 가격이 비싸지진 않나.

정 : 해외와 물가 차이도 있기 때문에 우리 제품이 특별히 비싸진 않다. 그렇다고 싸지도 않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플랫폼에서 원단을 구매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원하는 원단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DB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도 본인이 원하는 특정 원단을 찾기가 힘들다. 일반인이 보기엔 다 똑같은 핑크색같은데, 디자이너들에겐 수 백 개의 핑크로 보일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수많은 원단을 비교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플랫폼을 사용하게 되지 않겠나. 가끔 해외 고객으로부터 ‘내가 평소에 거래하는 도매상은 몇 가지 색밖에 가지고 있질 않은데, 패브릭타임에는 더 다양한 색의 같은 원단이 있어 좋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비싸다고 툴툴거리면서도 산다.

– 특정 원단을 구해달라는 요청도 받나.

오: 굉장히 많다. 1년 반 동안 시장 테스트를 할 때부터 그런 요청을 받아 왔다. 지금까지 별도의 수익 모델로 붙이고 있지 않긴 한데, 추후에는 우리 서비스의 차별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우리가 원단을 찾아주는 업무까지 대행해주는 거니까 아주 좋아한다.



패브릭타임이 제공하는 원단 동영상.

■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 전체를 수출하는 게 최종 목표”

패브릭타임의 타깃 고객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닌 독립 디자이너층이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원단 조달에 어려움이 없다. 반대로 모든 도매상이 제발 우리 원단을 사달라고 줄을 설 정도라고. 하지만 1인 디자이너 혹은 2,3명 규모의 작은 팀의 경우, 정보력도 부족하고 소량으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조달처 찾기가 쉽지 않다. 패브릭타임은 이 틈새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다.

– 소규모 독립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한다면, 한 번에 큰 매출이 발생하지는 않겠다.

오: 독립 디자인 브랜드라고 해서 꼭 1인으로 운영되는 곳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2년 정도 관계를 맺은 고객 중에는 런던 패션 위크에 참가하고 있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브랜드들도 있다. 이런 곳들은 평균적으로 최소 100야드 정도를 주문한다. 또 처음에는 소량으로 원단을 구매하지만, 바이어에게 디자인이 채택되면 이때에는 몇백 야드씩 재주문이 들어온다. 몇천만 원 단위의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다.

– 어느 국가 고객이 제일 많나.

정: 북유럽, 서유럽 쪽이 많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핀란드 반응이 좋았다. 방문자 수 대비 스와치 박스를 신청하는 주문 전환율이 10% 내외다.

– 해외 고객은 어떤 방식으로 유치하고 있나.

오: 패션 박람회를 방문해 독립 디자이너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각국에서 열리는 100대 패션 박람회 중 참여 브랜드 수가 가장 많은 대규모 박람회를 선정하여 현장 방문하고, 디자이너에게 무료 스와치 및 홍보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패션박람회가 몰려있는 9월, 파리로 출장을 나간다. 세인트마틴스(St. martins), 파슨스(Parsons)와 같은 세계적 패션 대학에는 브로셔 및 스와치를 배송하고 있다. 수업을 위해 원단을 소량 구매하는 학생 및 교수들에게 패브릭타임을 알리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졸업 후 학생들이 신진 브랜드를 런칭할 시에도 우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 홍보를 하고 있다.

– 온라인 원단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확실하다면, 왜 다른 사람들은 이 때까지 시도하지 않은걸까.

정: 일단 독립 디자인 시장 자체가 생겨난 지 얼마 안 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패션 매출의 60%를, 상위 100개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패션 시장 전체가 대형 브랜드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생겨나면서, 최근 몇 년 새 독립 디자이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신진 시장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동대문이다. 중국의 원단이 가격은 더 쌀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대량 고객이 아니면 취급을 안 한다는 점이다. 대량 고객만 상대해도 충분히 매출이 나오니까, 소량으로 구매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3, 4배 비싸게 판다. 70, 80년대만 해도 동대문 원단이 우리나라 효자 수출 품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에 시장에 밀린 상태다. 고급 원단 시장은 이미 이태리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니 동대문 원단 시장도 일종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방향을 틀어 이 독립 디자이너 고객을 잘 유치한다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가 그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 동대문 원단 시장과 패브릭타임은 서로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그런 관계라고 봐야 하나.

오: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상하게도 남다른 애국심이 생겼다. 우리나라가 들여다보면 해외 선진국들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인재,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제대로 소개되지 못해 아쉬운 장점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다. 이 동대문이 우리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된다면, 우리나라도 유럽 못지않은 패션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를 말씀해달라.

정: 단기적으로는 원단 DB 10만 개를 6개월 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동대문에 현재 200~300만 개의 원단이 판매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100만 개의 원단 정보를 수집하고 싶다.

오: 궁극적으로는 동대문 원단 시장의 경쟁력을 통째로 온라인화 시키는 게 목표다. 원단으로 시작을 했지만, 디지털 프린팅부터 원단의 주름을 잡아주는 서비스까지 부가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앞서 말했듯, 동대문 패션 클러스트 전체를 해외로 수출하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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