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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태지'만 왜 '감옥'으로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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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대공원의 ‘태지’가 이송될 퍼시픽랜드(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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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대공원의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돌고래 ‘태지’는 끝내 자유를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서울대공원이 20일 마지막 남은 돌고래 ‘태지’를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송할 예정인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태지를 제주 감옥에 이감하지 말라, 바다에 방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대공원은 지난 5월 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제주 앞바다 훈련장으로 보낸 바 있다. 그러나 큰돌고래인 ‘태지’만은 돌고래쇼가 이뤄지는 퍼시픽랜드로 이송된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태지와 같은 큰돌고래의 고향은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태평양 연근해다. 반면 금등, 대포와 같은 남방큰돌고래의 고향은 제주 바다다.

현재 전국 6개 수족관에는 ‘태지’와 같은 큰돌고래 25마리가 ‘갇혀’있다(아래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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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족관 돌고래, 흰고래 현황(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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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의 새 보금자리가 될 퍼시픽랜드는 돌고래들에게는 ‘수용소’나 마찬가지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 퍼시픽랜드가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3년간 ‘제돌이’를 비롯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27마리를 불법포획해 돌고래쇼를 시켰고 지금도 상업 쇼를 하고 있다”면서 “이곳은 2011년~2013년 제돌이 방류 운동 당시 환경·동물 단체들이 ‘목욕탕’ 수준이라며 돌고래를 풀어줄 것을 요구한 최악의 수족관”이라고 설명했다.

퍼시픽랜드에 있는 ‘비봉’이는 퍼시픽랜드 측에서 불법포획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바다로 돌려보내지지 않고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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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22일 서울대공원 수족관에서 큰돌고래 ‘태지’(가운데)가 양옆에 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 두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다. 2017년 5월 ‘금등’과 ‘대포’는 제주바다 방류를 위해 떠났고 ‘태지’만 외롭게 남은 상태다. 서울대공원은 ‘태지’를 20일 오후 돌고래 쇼를 하는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송한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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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는 최근 동료 ‘금등’과 ‘대포’가 제주 앞바다 훈련장으로 떠나 홀로 남게 되면서 이상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서울대공원은 태지의 건강 상태가 우려되어 다른 수족관으로 옮긴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서울대공원이 돌고래가 없는 ‘돌고래 프리’ 수족관 개조를 위한 대대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바다에서 잡아온 태지를 바다에 돌려보내지 않고 다른 수족관으로 보내는 것은 돌고래들에게는 다른 감옥으로의 ‘이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아울러 태지를 ‘돌고래 쇼’를 하는 수족관으로 보내면서 서울시가 ‘돌고래 프리’ 선언을 서두르려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 타이지에서 잡아온 큰돌고래는 제주도 근해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보다는 방류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고려를 포함한 과학적인 계획을 세우고 태지를 다시 바다에 방류해야 할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면서 “서울시는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얼마나 오래 둘 것인지, 위탁 기간 이후에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태로, 태지가 ‘목욕탕 같은’ 수족관에 머물고 있는 한 서울시의 ‘돌고래 프리’ 선언은 돌고래에게 아무 의미 없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러면서 이날 “태지를 울산수족관 등에 있는 큰돌고래와 함께 동해바다로 방류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태지’ 같은 큰돌고래는 제주바다가 고향인 남방큰돌고래와 종이 다르기 때문에 울산 동구의 방어진 앞바다에 방류하는 방법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바다도 큰돌고래의 서식지로 조사된 바 있고, 실제로 2014년 울산앞바다에서 구조된 큰돌고래 ‘어진’을 고래연구소가 치료해 방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위치추적기가 장착됐던 ‘어진’은 며칠 만에 자신의 고향인 일본 연근해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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