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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불법포획 제돌이를 쇼 동원했던 수족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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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대공원이 보유한 마지막 돌고래를 2014년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를 쇼에 동원했던 제주 수족관에 보내기로 했다. 시민단체들은 최악의 감옥으로 돌고래를 이감시키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가 마지막 남은 돌고래를 다른 수족관에 떠넘기려는 것이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20일 서울대공원 수족관에 마지막 남은 큰돌고래 태지를 제주 퍼시픽랜드로 보낼 준비를 마치고 이날 제주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퍼시픽랜드는 이미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등 불법 포획된 돌고래들을 동원해 쇼를 했던 수족관이다. 태지는 지난달 고향 제주로 이송돼 야생적응훈련을 받고있는 남방큰돌고래 금등, 대포와 달리 일본에서 잡힌 큰돌고래이다. 태지라는 이름도 일본 타이지 지역에서 잡혔다는 뜻에서 붙인 것이다.

경향신문

서울대공원에서 지난 5월 제주로 이송된 금등, 대포가 지난 4월 21일 서울대공원 수족관에서 사육사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 김기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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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등, 대포가 제주로 간 뒤 홀로 남은 태지가 이상행동을 보이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민단체들과 서울시는 태지를 다른 돌고래들이 있는 수족관으로 보내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다른 돌고래들이 있는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보내는 안이 유력했으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은 여러 차례 돌고래를 폐사시키고, 은폐하면서 공분을 샀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시민사회나 전문가 등과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태지를 퍼시픽랜드로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시민단체들은 돌고래를 이감시키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조치일 뿐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퍼시픽랜드는 불법 포획된 돌고래들을 다수 보유하고, 쇼에 동원했던 원죄를 지닌 수족관인 데다 시민단체들이 수년 전부터 사육환경의 열악함을 지적해온 곳이다. 퍼시픽랜드는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를 보유한 것으로 인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돌고래들을 몰수당한 바 있다.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다 천신만고 끝에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역시 퍼시픽랜드에 의해 포획되어 서울대공원으로 팔려온 개체다.

시민단체들이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며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한 것도 퍼시픽랜드 앞에서부터였다. 시민단체들은 제돌이 방류 효과로 대부분 수족관에서 돌고래 쇼가 생태설명회로 바뀌었지만 퍼시픽랜드는 여전히 비인도적인 돌고래 쇼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서울대공원이 추진하고 있는 수족관 개조와 박원순 시장이 원하는 돌고래 없는 도시 ‘돌고래 프리’ 선언을 위해 서둘러서 큰돌고래 태지를 다른 수족관에 떠넘기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최예용 위원장은 “금등이, 대포를 보낼 때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를 아무 준비없이 방치하다가 급하게 퍼시픽랜드로 태지를 보내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같은 수조에 머물던 금등과 대포는 고향 제주 바다 가두리로 옮겨져서 이제 야생으로 방류되는데 태지는 바다로 가지 못하고 제주의 악명 높은 돌고래 쇼장으로 이송된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는 핫핑크돌핀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으로 이뤄진 단체다. 시민위는 성명에서 “돌고래 학대의 대명사로 알려진 퍼시픽랜드로 태지를 보내는 것은 서울대공원이 얼마나 돌고래 문제에 대해 단순하게 대처해왔는지 보여준다”며 “서울동물원은 태지의 건강을 생각해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사육돌고래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퍼시픽랜드로 태지를 이송하는 것은 영구 기부가 아니라 일시적인 위탁이어야만 한다”며 “잠시 돌고래를 위탁 사육하다가 바다에 마련될 돌고래 바다쉼터나 서울대공원의 신축 해양관으로 옮겨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서울대공원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저 사설업체로 돌고래 소유권을 넘겨버린다면 무책임한 방기”이며 “지금까지 돌고래 야생방류를 통해 거둔 성과를 모두 퇴색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돌고래 불법포획 업체와 손을 잡은 공범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면 서울대공원은 돌고래 바다쉼터를 만들고 태지를 그곳으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서울시민들에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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