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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번화가 곳곳에 '텐트 시티'… 노숙자 도시 된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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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 실리콘밸리 몰리며 주택 임대료 세계 최고수준으로… 기존 주민들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 비율 뉴욕 다음으로 높아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최대 번화가인 유니온스퀘어 앞. 메이시스·웨스트필드 등 고급 백화점이 늘어선 거리에 '노숙자입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목에 건 노숙자들이 쇼핑객들과 섞여 있었다. 고가도로 아래 등 시내 곳곳에는 '텐트 시티(tent city)'라고 불리는 노숙자 주거 지역이 형성돼 있다.

실리콘밸리 중심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가장 잘사는 지역으로 꼽힌다. 구글·애플·우버·테슬라 등 혁신 기업들이 즐비하고, 이 기업들의 직원 연봉은 10만달러(약 1억1100만원)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이 도시는 인구 10만명당 784명이 노숙자로, 뉴욕에 이어 미국에서 둘째로 노숙자 비율이 높다. 시 정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수는 6686명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 노숙인연합은 "실제 노숙자는 1만4000명쯤 될 것"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노숙자가 많은 주된 이유는 값비싼 주택 임대료이다. 영국 부동산업체 네스티드(Nested)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3.3㎡(1평)당 월 임대료는 141.3파운드(약 20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라고 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고임금을 주고 유치한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들어 집을 구하면서 임대료가 계속 치솟고 있다.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존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리면서 '텐트 시티(노숙자 주거지)'도 확산하는 것이다. 현지 매체인 샌프란시스코게이트는 "노숙자의 71%는 현지 거주민 출신"이라고 했다. 비가 적고 겨울에도 온화한 샌프란시스코 날씨도 노숙자 증가의 한 요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600㎞쯤 떨어진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도 사정이 비슷하다. LA 시 정부는 31일(현지 시각) "LA 카운티 전역의 노숙자 수가 5만7794명으로 1년 전 4만6874명보다 2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인 오클랜드 지역에서도 최근 2년간 노숙자가 40% 늘어났다고 한다. LA 일대에서 노숙자가 증가하는 것도 비싼 주택 임대료와 물가가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강동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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