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5 (화)

[신문과 놀자!/김선향 교사의 ‘아하,클래식’]지구상에서 가장 큰 악기, 파이프 오르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그림 1〉 영국 로체스터 교회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 사진 출처 Christ Church, Rochester The Craighead-Saunders Organ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악기의 제왕’이라고 불렀으며,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1869)는 ‘악기의 교황’이라 불렀던 악기. 현존하는 악기 중 가장 큰 덩치를 가진 악기는 무엇일까요? 바로 파이프 오르간(pipe organ)입니다.

○ 파이프 오르간은 건축물?

동아일보

〈그림 4〉 아놀트 슐리크의 책 ‘오르간 연주자와 오르간 제작자의 귀감’(1511년)에 나오는 삽화. 소형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모습과 악기에 바람을 넣기 위해 풀무질하는 모습까지 묘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1970,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세대는 아마 ‘오르간’이라고 하면 교실에 있던 조그만 피아노 크기 정도의 ‘풍금(風琴)’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는데요, 이 풍금은 사실 오르간의 한 종류로 정식 명칭은 리드 오르간(reed organ)입니다. 리드 오르간은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가 금속 리드(reed·떨림 판)를 공기의 힘으로 진동시켜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발로 페달을 밟아 공기를 불어넣어 소리 내는 악기로 입으로, 불어서 소리 내는 멜로디언과 같은 원리를 가진 악기입니다.

보통 우리가 클래식에서 ‘오르간’이라고 하면 파이프 오르간을 말하는데요, 이 파이프 오르간은 주로 교회나 성당을 건축할 때, 건축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물의 구조와 음향은 물론이고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까지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악기였습니다. 오르간을 제작할 때에도 영어로 ‘만들다’는 의미의 ‘make’가 아닌 ‘건설하다’는 의미의 ‘build’라고 하며, 오르간을 제작하는 사람도 메이커(maker)가 아닌 건축가(builder)라고 부를 정도로 파이프 오르간은 그 자체로 악기이자 하나의 건축물로 인정받습니다.

동아일보

〈그림 3〉 명동성당 파이프 오르간. 사진 출처 가톨릭 리빙


우리나라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은 1978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설치된 것으로 당시 6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총인원 400명이 13개월간 설치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이후 교회, 성당, 음악대학 등에 100대가 넘는 오르간이 설치되었지만, 대부분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흉내 내도록 전기를 꽂아 연주하는 전자 오르간이며, 우리나라에서 전문 연주자들의 연주가 가능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장소는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하여 영산아트홀, 횃불 선교센터, 그리고 독일의 한 제작사가 3년에 걸쳐 제작하여 얼마 전에 개관한 롯데콘서트홀까지 서너 곳에 불과합니다.

○ 오르간의 역사


파이프 오르간은 몇 개의 파이프를 짜 맞추어 입으로 부는 팬파이프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에서 교회의 위엄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교회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대규모 파이프 오르간을 만들었습니다.

동아일보

〈그림 2〉 횃불 선교센터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연주자. 사진 출처 organhouse.egloos.com


오르간은 파이프에 공기를 통과시켜 소리를 내는데, 예전에는 파이프에 일꾼들이 일일이 풀무질을 해서 공기를 불어넣어야 했기에 많은 일꾼이 필요했습니다. <그림 2>에서처럼 오르가니스트가 멋지고 점잖게 연주하고 있는 동안 무대 뒤에서는 수십 명의 일꾼이 땀을 뻘뻘 흘리며 풀무질을 하고 있었답니다. 대형 오르간일수록 더 높은 압력을 필요로 했기에 많은 일꾼이 필요했고, 영국의 옛 수도인 윈체스터에 있는 성당 오르간에는 26개의 풀무가 있는데, 이것을 70명이나 되는 일꾼이 돌렸다고 하네요.

○ 오르간의 구조

동아일보

〈그림 5〉 오르간 정면에서 바라보는 손 건반과 스톱 장치들.


오르간은 다른 건반악기들과 마찬가지로 손으로 연주하는 건반(2단에서 5단까지)이 있으며, 각 건반에는 ‘스톱 장치’라고 불리는 동그란 단추 모양의 장치가 있는데, 이 스톱 장치를 누르면 각각 특정 파이프와 연결되어 있어서 어떤 스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음색과 음높이가 달라져 다양한 음색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스톱의 개수에 따라 20개 이하면 소형 오르간, 60개 이상이면 대형 오르간이라고 하는데 유럽에는 200개가 넘는 스톱 장치를 지닌 초대형 오르간도 있습니다. 또한 오르간에는 건반 모양으로 생겨 저음을 담당하는 여러 음을 내는 발 건반이 있으며 이 발 건반을 실수 없이 잘 누르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오르간용 구두가 존재합니다.

동아일보

〈그림 6〉 오르간 발 건반.


파이프 오르간 정면에 금속으로 보이는 것뿐 아니라 주변의 나무 기둥도 다 속이 비어 있는 파이프인데요, 이 나무 파이프는 금속 파이프에 비해 훨씬 은은한 소리가 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뒤편에도 7mm부터 15m까지 다양한 크기의 파이프가 있는데, 이 파이프들은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기에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 10년에 한 번 정도는 모든 파이프를 분해해서 세척해야 한다고 하네요.

길고 큰 파이프는 낮은 소리를, 짧고 가는 파이프는 높은 소리를 내며 플루트와 유사한 소리를 내는 파이프, 현악기 소리를 내는 파이프, 금관악기 소리를 내는 파이프 등 다양한 소리를 내는 파이프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 악기로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기에 작곡가들로부터 ‘악기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이겠지요?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