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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품질과 속도’ 둘 다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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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뉴욕타임스는 ‘하드웨어 르네상스(Hardware Renaissance)’가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 등 대형 기업의 제조를 맡았던 폭스콘과 같은 대형 제조사가 스타트업에게도 양산의 길을 열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을 알아본 전 세계 투자자들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킥스타터, 인디고고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열풍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듯 했다.

그러나 많은 팀이 제품 배송에 실패하면서, ‘하드웨어 기업은 역시 어렵다(Hardware is hard)’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링크드인의 창업자인 리드 호프만은 ‘스타트업에서 하드웨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마치 부품을 한가득 안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다음 땅에 닿기 전에, 날아오를 수 있는 비행기를 작업과 같다’고 표현했다.

오늘(28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개최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의 연사로 나선 비트파인더 노범준 대표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그들이 ‘속도’와 ‘품질’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았던 과정을 공유했다.

비트파인더는 2013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되었으며, 현재 맞춤형 공기 측정기 어웨어(Awair)를 출시해 북미 시장에서 성장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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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의 연사로 나선 비트파인더 노범준 대표

베타 서비스 단계에서 팬층을 잡아라.

시제품을 만들 때 많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이용해 프로그래밍 하는 단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빨리 이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양산 결과와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 이를 돈 주고 구입할 의향이 있는 고객을 발굴하라는 점이다.

2015년 우리는 운 좋게도 뉴욕 테크스타즈(Techstarts, 엑셀러레이팅 기관)에 합류했는데, 우린 이미 두 달 전에 베타 제품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에게 팔았다. 판매 2시간 만에 품절이 됐다. 이 베타 단계에서 우리는 이미 팬층을 확보했는데, 이게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산형을 바로 갈 수 있는 제품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2월에 테크타즈 들어가서 5월에 졸업하고 같은 해 12월에 전 세계로 배송을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우리 팀이 다시 뒤돌아봐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부분이다.

품질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 중국을 안 갔기 때문에 잡을 수 있었다.

많은 하드웨어 팀이 중국을 마치 마법의 블랙박스(magic black box)로 여긴다. 마치 중국으로 주문서를 보내면 제품이 금새 나타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가 판단하기에,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의사소통이었다. 우리의 제품요구문서(PRD)는 매일 바뀐다. 그 문서를 중국 공장에 보내면, 중간에서 통역해줄 누군가 있어야 하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절대 우리가 원하는 속도가 안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약속한 일정에 맞춰 배송하는 데 실패했다고 봤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제조 생태계 내에서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제조사와 하드웨어 스타트업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 3백만 개의 제품을 제조하는 고객사를 300개나 둔 제조사와 양산 과정을 함께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1만 대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면, 그 제조사의 우선순위에서 우리는 300번째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제조사들은 너무나 많은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렇게 좋은 답은 아니라고 봤다. 따라서 금형 제작, 양산, 배송까지 우리는 한국 제조사와 함께 하기로 했다. 내가 한국어를 제일 잘했고, 한국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의 특성을 잘 이용해서 전세계적으로 속도와 품질 면에서 자랑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브랜딩은 강력한 생존 전략이다.

아무리 양산과 배송에 이르는 과정이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었다고 해도, 못 팔면 쓸모 없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있어, 브랜드는 우리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드러내 주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다.

우리는 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브랜드 피라미드(Brand Pyramid)’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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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품이 고객에게 정확히 어떠한 유익(Benefit)을 줄 수 있을까를 정리했다. 이를테면 미세먼지가 알러지와 천식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그 중간에서 우리 제품이 어떤 도움이 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구상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어웨어의 피라미드 최상위에 있는 브랜드의 핵심(The essence of brand)은 ‘실내에서 숨을 들이켰을 때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브랜딩 팀이 이 작업을 마치고, 팀 전체가 우리 브랜드가 어떤 목소리와 메시지, 톤으로 이야기 해야 하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이렇게 인지한 후, 실제 구매가 이루어지고 개봉을 하고 직접 사용을 해 본 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객이 우리에게 연락하고, 우리가 AS를 해주는 이 일련의 루프르 통틀어 경험한 고객이 우리에게 주는 점수가 결국 우리 브랜드의 총점이라고 생각한다.

어웨어라는 제품명을 만들 때부터, 고객 서비스를 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브랜드다. 브랜드 피라미드를 그리며 도출했던 단어를 마음에 새기면 고객을 응대하는 법, 대중과 소통하는 법 등 모든 것이 통일될 것이다.

창업 초기에 내부 디자인 팀을 갖춰라.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겐 디자인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디자인, 마케팅, 브랜드는 결국 통일된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초기에 내부 디자인팀을 갖추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투자자나 고객 모두 우리에게 ‘왜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꼭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브랜딩부터 양산 과정, 고객 서비스까지 모든 면에서 장기전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생각보다 훨씬 더 긴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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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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