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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투자자와 대등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 투자 정보 검색 플랫폼 ‘The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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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변재극 대표는 공부 대신 게임에 열중했다. 개인 컴퓨터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방대한 게임 프리 서버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다가 집에 불이 날 뻔도 했고, 학교 교직원 네크워크를 뚫은 후 보안 취약점에 관한 보고서를 쓰려다가 선생님께 혼난 적도 있었다.

‘인정받지 못할 일’에 열심이던 그의 삶에 대한 태도는 간단했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았다.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나는 내가 될 거다.’라고 생각할 만큼 자기중심이 있었고, 재미있는 일이라면 끝까지 가보았다.

앱 개발 교육프로그램, 기업가정신캠프, 그리고 창업동아리 활동과 경진대회를 두루 경험하면서 차츰 스타트업에 가까워지던 그는 혼자서 여행 가이드 앱을 만들어 출시하였다. 그리고 그 앱으로 창업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으나, 그에겐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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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브이씨(THE VC) 변재극 대표(24)

처음에는 여행 가이드 앱을 만들었다고.

개발 공부를 하다가 만들었다. 예전에 캄보디아를 가야 했던 적이 있는데, 현지 정보를 구하기엔 어렵고 가이드북을 들고 다니기엔 번거로웠던 문제가 떠올라 이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국가 시리즈 앱들을 이어서 출시하려던 과정에서 의아한 점이 생겼다. 그건 바로 내가 만든 서비스와 전혀 관련성 없는 멘토 분이 멘토링을 해준다는 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창업 관련 제도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창업 생태계 자체에 관심이 생겼다.

그때 마침 스타트업을 돕는 역할을 하는 ‘문화창업플래너’ 양성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어 호기심에 신청했다. 당시 대전에 살던 나는 교육 장소가 판교였던지라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서 숙소를 구한 후 3개월간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지금의 사업 아이템은 그때 떠오른 건가.

지금의 아이템은 문화창업플래너 팀별 자유 과제였던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했다. 문화창업플래너가 스타트업을 돕는 역할이라고 한다면, 펀드 정보를 모아서 스타트업에게 알려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팀을 꾸려서 나는 디자인을 맡고 팀원은 데이터 수집을 맡아서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했다.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이 있어 이를 가공할 때 고생하긴 했지만, 일단 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하여 ‘벤처스퀘어‘에 올렸다. 어느 정도 사람들 반응이 있어서 그래도 우리가 한 게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 이후 문화창업플래너 교육 기관이었던 ‘로아컨설팅‘의김진영 대표님이 날 부르더니 이걸 사업화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며 투자를 제안하였다. 덕분에 올해 6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10월에 알파 버전으로 출시한 ‘더브이씨(The VC)‘는 스타트업 투자 정보 검색 플랫폼이다. 비유하자면, 한국의 ‘크런치베이스‘이다. 현재 투자정보, 회사, 투자자 이렇게 총 3가지의 정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정보의 경우 투자자, 투자대상, 투자대상의 기술과 분야별로 필터링하여 검색할 수 있다. 회사 검색의 경우 기술, 분야, 서비스 형태별로 필터링할 수 있어 자신의 사업 분야 경쟁사가 누구인지,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얼마나 투자받았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의 경우 국적, 성격, 선호하는 시리즈 투자, 선호 분야 및 기술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이처럼 더브이씨는 검색과 필터 기능이 강력하고, 실제 스타트업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분류 체계가 갖춰져 있어 통계에 유용하다는 게 강점이다.

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 기업 가치가 형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어야만 초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합리적인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투자 협상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들이 시장에 돌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내 기업가치를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깎아내린 평가치를 제시한다고 해도 그게 제대로 된 평가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가? 투자정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선택에 따라 미디어를 통해 공개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공개한 정보만으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셈이다. 따라서 창업 생태계를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원들은 모든 투자정보를 갖고 있는 정부에 자료 공개 청구를 하지만,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민감한 정보라 하여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활용할만한 가치가 없는 통계자료로 가공하여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유의미한 통계를 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연구원들은 정부에 가공할 수 있는 자료, 다시 말해 활용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시장은 ‘크런치베이스’나 ‘CB 인사이트’를 통해 충분한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그런 플랫폼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조각난 투자 퍼즐들을 다 모아서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다. 스타트업과 투자자에겐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이고, 연구원들은 데이터를 가공하고 싶어 하지, 모으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비공개 데이터까지 모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보통 ‘돈이 오간 민감한 정보를 과연 알아낼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지만 방법이 있다. 절차적으로는 우선 흩어져있는 미디어에서 정보를 취합하였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데이터 기반 사이트(로켓펀치, 사람인, 잡코리아)에서 회사 레퍼런스와 투자정보들을 교차 검토하여 취합하였다.

더 많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활용하여 대기업 및 계열사의 투자정보를 수집하였고,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시스템을 활용하여 벤처캐피털 정보와 펀드 정보를 수집하였다.

또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법원 인터넷등기소 법인상호검색을 통해 회사 정보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불분명한 회사 정보를 다듬기 위해 법인명과 법인의 본점 주소를 취득하여 도시 통계를 추출하였다. 그런데도 틀린 정보가 있으면 이해관계자로부터 수정 요청을 받아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사실 엉덩이가 무겁고, 집요한 성격이면 이런 걸 알아낼 수 있다. 정보들이 서로 호환이 되지 않으므로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서비스에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자 당장 성과가 나지도 않는 사업이다.

데이터 서비스라는 것 자체가 오랫동안 해야 하는 일인데, 이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삶의 기대치가 적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노가다’ 작업을 해야 하고, 회사 인턴 봉급보다 낮은 돈을 가져가야 한다.

창업해서도 내 일상은 달라진 게 없다. 난 항상 이렇게 살고 있었다. ‘밥만 먹고 살면 되지.’ 이런 자세로 살고 있다. 갖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게임도 원 없이 해보았으니 이제는 아예 하지 않는다. 지금은 이 서비스를 만드는 게 내게 ‘게임’인 셈이니까. 나는 게임판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데이터만 수집하는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가끔 쳐다보기도 싫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같이 버텨줄 수 있는 팀원 덕분이었다. 신뢰하는 팀원이 생기면서 책임감이 강해져서 버틸 수 있었다. ‘스펙’, 경력 이런 게 아니라 ‘우리가 어디까지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서로의 기대치를 갖고 계속 가는 것이다. 더브이씨가 얼마나 더 커질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1년 후, 2년 후 우리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기대치는 명확하다. 잡초처럼 살아남아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싶다.

향후 계획 및 목표

12월 중으로 펀드 검색기능을 오픈하여, 스타트업이 자신에게 맞는 펀드를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후 회사의 상세 정보와 연락처, 포트폴리오가 효과적으로 보여지는 프로필 페이지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내용상으로는 국내 정보를 일차적으로 다 담을 계획이다. 이후에는 주변 아시아권으로 뻗어 나가거나 우리가 확보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서비스들과의 제휴를 통해 데이터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스타트업을 만족시킨 후, 투자자를 2차 사용자로 끌어올 생각이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 행위를 할 수 있는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수익모델로는 스타트업 투자 로우데이터 제공 및 분석 서비스와 부분 유료화를 생각 중이다.

최종적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영화 ‘역린’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중용 23장을 인용한 말인데,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 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더브이씨는 작은 데이터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모아 가공하도록 하겠다. 꾸준히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들을 감동시키고,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변화시키겠다. 우리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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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92] “투자자와 대등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 투자 정보 모아 공개한 ‘The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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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

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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