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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스타트업은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간의 경쟁’ … 서울과 부산은 경쟁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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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의 핵심은 한국 사람으로 팀을 꾸려 미국으로 가는게 아니다. 핵심은 글로벌 마인드셋이다. 다민족 인재가 모여 합의된 사고방식을 도출해 내는거다. 한국인끼리는 그 마인드셋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다양한 국가의 인재가 한 팀을 이뤄서 같이 합의하고 각 나라에 수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다민족 스타트업이 의미있고 진정한 글로벌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민족 국가 미국은 환경상 그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용이한 거다. 한국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16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KSEF)이 한국 스타트업 백서를 발표했다. 30여 장의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공개된 자료에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결과를 비롯해 국내 창업자의 평균 프로필, 초기 창업 자본, 시리즈별 평균 투자금, 주요 투자 테마, 여성 창업자 비율 등 내용이 담겨져 있다.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학력수준이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수준(2014년 18%에서 2016년 약 35%)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격차가 창업을 좌지우지 한다기 보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글로벌 스타트업을 만드려면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조언도 포함되어 있다. 또 한국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 창업자의 비율은 9%로 실리콘밸리(24%)에 비해 낮지만, 여성 직원의 비율은 32%로 실리콘밸리(29%)보다 높은 편으로 나오고 있다.

이하 해당 백서를 공동 발표한 연구진 및 이사회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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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EF 이사회 멤버 및 스타트업 백서 연구진 (왼쪽부터) 백상훈 경성대 교수, 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공혜원 중앙대 교수, 황병선 대표, 김종갑 K-ICT 본투글로벌센터 센터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김일권 팀장, 이기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 임정민 캠퍼스 서울 총괄

이번 백서를 연구, 발표한 배경은?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이하 황) :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4년만에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도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에 한국 스타트업 현황이 잘 알려져있지는 않았다. 우리가 포럼을 결성하고 백서를 만든 이유다. 우리 존재를 잘 모른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 생각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종갑 센터장(이하 김 센터장) : 스타트업 백서는 개인적으로 강한 모티베이션이 있었다. 알고싶고 갖고싶었던 자료다. 소비자가 마트에 가서 쇼핑할 때 보편적으로 선반 위에 있는 것을 선택한다. 선반에 없는 물건은 고객이 알 수 없다. 그런 의미로 좋은 제품은 알려져야 소비자가 산다. 그간 한국어로 된 스타트업 데이터는 많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자료는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외국인이 찾기 힘들게 되어 있다. 시작이 미미할 수 있겠지만 이런 데이터가 연속성을 가지고 쌓이면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거라 봤다.

지난 4년 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유니콘’이란 표현이 있다. 기업가치 1조로 평가받는 기업을 뜻한다. 싱가폴에 유니콘 기업이 10개 정도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에는 쿠팡 등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는 씨앗들이 생태계에 뿌려지고 있다는거다.

근래 정치적 이슈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삭감 움직임도 있고. 창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김 센터장 : 민간주도가 맞느냐, 정부주도가 맞느냐 이분법으로 생각하기에는 복잡한 부분이 있다. 현재 중국과 미국 등 주변 상황을 보면 국내 경제가 좋아질만한 상황이 안 보인다. 스타트업의 생존을 논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잘 만들어진 스타트업이 매출과 투자유치를 하는 것에 지혜를 모으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본다. 잘 된 기업 외 예비 후보기업들도 키워서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민간주도라 알려지고 있지만, 시작은 그렇지 않다. 현재 실리콘밸리가 조성된 장소는 50년 전 오렌지를 키우던 과수원이었다. 대공황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지역 시민대표가 백악관에 가서 먹고 살수 있는 산업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미국정부에서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에 나사 지사를 배치시킨다. 이때 엔지니어 수 천 명이 이주하면서 시작된 것이 실리콘밸리다. 그때부터 연방정부가 예산을 내리기 시작했다. 스텐포드 대학 교수가 정부용역으로 기술을 연구했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기술이 민간에 소개되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기업이 오라클, 시스코 등 대기업이다. 실리콘밸리는 그렇게 2~3세대가 흘렀다. 미 정부가 지원을 안하는것 같지만 지금도 국방부 등이 민간에 기술이전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이 실리콘밸리에 와서 기술을 소싱해 간다. 눈에는 안 보여도 정부가 백그라운드 에코시스템에서 활동하고 있는거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그렇게 가야하는게 맞다고 본다. 지금은 정부가 전면에 나온것 처럼 보이지만 민간쪽 시스템이 활성화 되면 정부가 자연스레 뒤로 물러설거다.

조금스런 이야기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거점이다. 정부정책과는 상관없이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지역에 내려가보면 정보의 불균형이 보인다. 정보를 얻으려고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정치적 잘잘못을 떠나 지역에 창업 거점이 하나 정도 있는 것은 좋다고 본다.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정보접근성을 해소시켜 준다면 창업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김일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팀장(이하 김 팀장) : 영국에서는 테크시티, 프랑스는 프렌치테크티켓, 칠레는 스타트업 칠레 등 나라마다 정부가 관여해 스타트업 육성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세계의 화두인 거다. 우리나라는 오랜기간동안 대기업 위주 경제였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 등을 시작으로 위기가 오고 있다고 본다. 스타트업은 향후 국가경제를 이끄는 동력이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스타트업 육성은 끌고가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백서를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리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주도다.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이지은 교수(이하 이 교수) :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창업자 중 여성 창업자의 비율은 8%로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여성 팀원 비율은 높았다. 여타 세계 창업 도시와 비교했을 때도 재택과 여성 팀원 비율이 높았다. 여성의 참여기회가 더 넓어지는 시그널이라 본다.

백상훈 교수(이하 백) : 설문조사 결과 스타트업과 일반 기업이 다르다는 답변이 96%였다. 기존 산업적인 관점, 제조업적인 관점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면 안 된다고 창업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거다. 창업자들의 의식을 알 수 있었기에 의미있었다고 본다.

공혜원 중앙대학교 교수(이하 공) : 학력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업의 퍼포먼스가 높을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분석결과 반대로 나왔다. 결론부터 말해 민간주도형 생태계 조성이 맞다고 본다. 현재까지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민간주도형으로 서서히 변하리라 본다.

: 실리콘밸리라는 단어가 나온게 50년 전이다. 즉 투자 생태계가 50년이나 됐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벤처 1세대도 15년 전이다. 벤처 암흑기가 있어 사이클이 제대로 돌지도 못 했다. 그리고 성공한 사업가가 재투자할 기회를 놓친 측면도 있다. 어쩔수 없이 민간투자자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정부가 돕는게 현재시점까지는 맞다. 우리나라만 정부주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싱가폴도 최근 4년간 정부주도로 액셀러레이터와 창업생태계를 이루었다. 현재까지는 정부의 역할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백서를 보면 창업자 중 고학력자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이 교수 : 2014년 미국과 한국의 창업자를 비교해보면 당시에는 국내 창업자의 석박사 비율이 적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석박사 비율이 실리콘밸리 수준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견을 전제로 이야기 하자면, 예전에는 고학력자가 갈 곳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직장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석박사중 경험을 쌓고 나와 창업을 하거나 사회생활 시작을 창업으로 하는 경우가 다수 보인다. 이러한 비율은 더 증가할거라 예상한다. 국가경제 측면에서,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과거에는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 스타트업을 하다가 기술적 부분에서 막혀 멈춘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스타트업 중 기술력을 갖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다수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지표와 비교해 보면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기술인력이 스타트업계에 유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기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이하 이 이사) : 근래 한국 스타트업 업계를 보면 자원들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대기업에 갈만한 인재가 스타트업에 있고, 해외에 나갔던 인력 상당수가 큰 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 업계에 있다. 스타트업이 예전에 비해 물갈이 된 느낌이다.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팀을 해외향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각광받는 스타트업을 보면 학력이 좋다. 아무래도 기술인력이 많다보니 학력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김 센터장 : 석박사라고 해서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사실 좋은 스타트업인지 아닌지 명확히 검증할 방법이 없다. 다만 백지상태보다는 석박사 수준의 기술능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줄 뿐이다. 여담이지만, M&A할 때 엔지니어링 인력이 몇 명 있는지가 결과와 가치를 좌우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고학력자가 많다는 것은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좋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스타트업에 글로벌 인력이 17%라고 백서에 나와있다. 법 규제때문에 비율이 높지 않은데, 이 규제를 풀면 글로벌 인재가 한국 스타트업에 많이 들어올까?

: 내가 아는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중에 월급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 경우는 없다. 인센티브와 미래가치를 본다.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이 필요하고 남들보다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24시간 동안 일하고 밥 먹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말하는 외국인 창업자도 있었다. 스타트업은 여건상 초기 단계에 많은 리소스가 투여되어야 하고 시험장소도 필요하다. 한국, 그중에 서울은 괜찮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거주 뿐만 아니라 시장 측면에서 밀집된 인구가 있기에 이것을 기반으로 테스트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스타트업은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간의 경쟁이다. 미국과 한국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이 경쟁하는거다. 미국도 창업에 특화된 도시는 많아봐야 20개 안쪽이다. 서울과 부산 등 몇몇 도시는 세계 도시들과 경쟁할만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임정민 총괄 : 한국, 서울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인 장소다. 게임회사 외국인들은 한국과 서울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취업과 입국 등 규제가 풀리면 더 많은 인재라 오리라 본다. 엔터테인먼트, 문화, 뷰티, 디자인 등 우리나라가 수준이 높은 분야에 외국인 인력을 데리고와서 창업을 하게 하거나 일하게 하면 다양한 글로벌 연결이 이어지리라 본다.

: 글로벌 스타트업의 핵심은 한국 사람으로 팀을 꾸려 미국으로 가는게 아니다. 핵심은 글로벌 마인드셋이다. 다민족 인재가 모여 합의된 사고방식을 도출해 내는거다. 한국인끼리는 그 마인드셋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다양한 국가의 인재가 한 팀을 이뤄서 같이 합의하고 각 나라에 수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다민족 스타트업이 의미있고 진정한 글로벌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민족 국가 미국은 환경상 그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용이한 거다. 한국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김 팀장 : 미국의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에는 브라질,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스타트업과 생태계가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한국이 해외인재, 외국인이 한국에서 창업하기 여타 국가에 비해 좋은 환경은 아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서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모색해서 더 우수한 해외인재가 우리 창업생태계에 섞일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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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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