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맥스서밋 2016] 인터넷 은행, 핀테크 스타트업에겐 득일까 실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물리적 점포가 아예 없거나, 소수의 영업점만으로 온라인 사업을 하는 은행을 말한다. 금융 업무의 대부분이 금융자동화기기 혹은 인터넷, 모바일 단에서 이루어진다.

국내 인터넷 은행의 첫 사업 예비 인가를 얻은 기업은 카카오와 KT다. 작년 11월 30일 금융감독위와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의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과 KT의 ‘케이뱅크’ 컨소시엄의 예비인가 획득을 발표했다.

23년 만에 새로 등장한 은행 형태인 인터넷 은행은 현재 산업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게 될까. 1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맥스서밋 2016’에서 피플펀드의 김대윤 대표, 핀다 이혜민 대표, 인크 고훈 대표가 이에 대한 패널 토론을 나눴다.

플래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좌측부터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 핀다 이혜민 대표, 인크 고훈 대표.

작년 11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카카오와 KT가 선정되면서 세간이 들썩였다. 기존 오프라인 은행 대비 인터넷 은행이 어떤 이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권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시장에 들어오려고 하는 건가. 인터넷 은행이 정식 출범하면, 스타트업에게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이하 ‘피플펀드’) – “인터넷 은행, 핀테크 산업 전반의 긍정적 효과 불러올 것

: 기존의 은행업, 여신업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기회 자체가 없다고 봐야했다. 때문에 은행권에서 새로 나온 라이센스에 대해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은행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수신, 여신 뿐 아니라 은행업으로 명시된 상당히 많은 사업들에 도전해볼 수가 있다. 금융 상품도 만들 수가 있고, 자금 조달에도 용이하다. 기술 기반의 기업들은 좀 더 소비자 중심적인 금융 상품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이에 카카오와 KT가 도전한 것이라고 본다.

규제 관점에서는 많은 부분이 풀려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터넷 은행의 가장 큰 장벽이 금산분리(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의 결합을 제한하는 것) 문제다. 결과적으로 해소될 문제이긴 하지만 속도가 느리기는 하다.

인터넷 은행 출범에 대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존 은행의 서비스가 사실 사용자 중심적인 편리한 서비스는 아니다. 공인인증서부터 비대면 방식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 카카오나 KT와 같은 고객 중심의 회사들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면, 고객 눈높이도 높아지고 기존 은행 대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인식의 변화가 핀테크 스타트업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산업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다.

핀다 이혜민 대표(이하 ‘핀다’) – “인터넷 은행은 핀테크에 대한 대중 교육 차원에서 긍정적”

: 인터넷 은행 도입이 소비자들에 대한 시장 교육(market education)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군소 핀테크 스타트업이 각각의 영역에서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전하고 있지만, 인터넷 은행은 더 큰 자본으로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에 경쟁 상대가 될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스타트업이 사람들을 붙잡고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큰 교육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인크 고훈 대표(이하 ‘인크) – “인터넷 은행은 금융과 일상 생활의 거리를 없애는 핀테크 종합 선물 세트”

: 인터넷 은행이야말로 ‘핀테크의 종합 선물 세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핀테크가 공론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대중들은 기존의 인터넷 뱅킹과 핀테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인터넷 은행이 등장함으로써,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제시해주게 될 것이다.

인터넷 은행은 우리의 일상과 금융 행위 간의 거리를 가깝게 해주는 방아쇠가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금융 소비 방식은 대단히 의식적이다.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가는 것, 주식 계좌를 만들기 위해 증권사에 가는 것, 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 설계사를 만나는 모든 행위가 일상 생활과는 유리되어 있다. ‘금융’이라는 내가 잘 모르는 복잡한 영역에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 은행이 등장하게 되면 모든 금융 활동이 모바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 생활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정보 제공 동의 후에 말이다. 우리가 하루에 몇 Km를 걷는지, 버스나 택시 중 어떤 운송 수단을 선호하는지, 월급 받으면 월 초와 월 말 중 어느 때에 더 많이 소비를 하는 지 등등 모든 현금 흐름도 다 추적이 된다. 인터넷 은행이 보험 상품도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사용자의 하루 도보 거리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될 수 있다. 자신의 금융 활동에서의 이해 관계과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게 되면, 일상 자체가 금융 활동이 될 것이다.

핀테크 산업에 있어서는 규제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규제 이야기를 포함해서, 향후 2년 내 한국 핀테크 산업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피플펀드 – “규제, 보수적이지만 공존하며 성장 가능성 찾아야 한다”

규제 유무보다는 소비자 관점에서의 편리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인터넷 은행이든 핀테크 스타트업이든 경쟁이 어렵다. 대출 상품은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유사하다. 대출을 결정할 때 금리, 대출 기관의 안정성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서 더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한 시점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리로 당장 돈을 빌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터넷 은행이 등장하면 중금리 대출 시장을 다 가져가 버리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 보는데, 기우라고 본다. 금융 당국 측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이 합리적인 금리로 안정적으로 고객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크게 막지 않는다.

다만 투자 분야는 좀 어렵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투자자 개인의 합리적 선택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로 인한 개인의 손실을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금융 정책이 많았다. P2P 투자의 경우에도, 한 기업에 천만 원 이상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차원에서 투자 분야에서는 사업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들만 불평할 수 없는 게, 기존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들은 더 어려운 규제를 뚫고 사업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핀테크 사들이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금융 당국과 협의해서 사업을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 이야기를 제외하고, 핀테크 산업의 향후 전망은 어떻다고 보나.

피플펀드 – “저금리 시대의 매력적인 투자 영역”

지금은 시중에 돈이 널려있는 시점이다. 금리는 바닥을 치고, 투자를 해서 고수익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반면 P2P 기업들이 내놓는 상품들은 평균 수익률이 10%로 높고, 부실률이 0.2% 정도 밖에 안된다. 투자자 관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도 아직 규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여러 투자 옵션을 열어주고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상품이 될 것이다. 매력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핀다 – “속도는 느리지만, 반드시 커질 것”

위험도가 높지만, 시장은 계속 성장할 거라고 본다. 다만 속도 측면에서는 느리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앞으로 더 좋은 경쟁자들이 많이 들어와서, 시장 자체가 건강하고 빠르게 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달에 스타트업 장외시장인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KSM)‘이 문을 열었다. 핀테크 산업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나.

인크 – “관 주도의 스타트업 장외시장, 활성화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

핀테크도 그 안에 수많은 성격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금융 데이터를 다루는 곳부터, 금융 상품 중개 플랫폼까지 무척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KSM 도입으로 인해 핀테크 산업이 잘 될거다, 못 될거다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회사가 속한 영역에서만 단편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인크는 핀테크 비즈니스 중에서도 규제라는 화분에서 싹을 피운 크라우드펀딩 업을 하고 있다. 우리 업 자체가 자본 시장법이라는 국내 법 중 가장 강력한 법을 토대로 정의 내려졌다. 이마저도 2,3년 동안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점점 규제 강도가 높아졌고,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개중 버티지 못하고 업을 포기한 사업자들도 많다. 이처럼 규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성장 속도는 굉장히 느리다. 철조망을 걷으면서 길을 걸어가야 하는 형상이다. 우려하는 것은, 우리가 철조망을 걷어내고 좋은 세상을 열기도 전에 중국을 비롯한 해외 다른 서비스에 추월당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희망을 가지고 핀테크 사업을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런 면에서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기는 어렵다.

KSM은 스타트업 주식을 거래하기 위한 장외 시장인데, 모든 스타트업 주식이 거래될 수 있는 건 아니고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들의 주식이 일차적으로 거래된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나 IBK 기업은행 등 정책 금융 기관이 추천한 스타트업의 주식이 거래될 수 있다. KSM이 제도화된 시장을 연 것은 의미가 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저히 관 주도로 모든 일이 이뤄지고 있다. 시장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KSM을 얼마나 자유로운 시장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기존 스타 스타트업들이 KSM에 들어와 경기장을 빛내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무명의 선수들만 있는 하위 리그나 다름 없다. 아직 오픈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너무 일찍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구조적 문제를 걷어내고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핀다 – “전세계 금융 소비자의 고충과 이에 대한 문제 해결 방식은 동일”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꼭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금융 소비자는 동일한 부분에서 불편을 느끼고 있고, 그 문제를 푸는 방식도 같다. 핀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 미국은 물론 금융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작동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서비스 그대로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내 시장의 특이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서비스에 핵심 엔진이 네가지 있는데, 이 중에서 통역이 가능한 엔진으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려고 한다.

인크 – “국가 간 크로스 보더(cross border)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으로 글로벌 진출 계획”

과거 증권사들이 동남아 진출에 애를 썼지만, 큰 적자를 안고 철수했다. 증권 비즈니스는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 덜 발전되어 있다고 생각한 무대로 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글로벌 자이언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해외 증권 발행이라는 엄정한 행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라별로 규제의 장벽을 뚫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투자 대상이 크로스보딩되는 형태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한국 스타트업이 동남아 펀드를 받거나, 동남아 유망 스타트업을 한국 투자자들에게 소싱해다주는 식이다. 지금도 가능은 하지만, 규제를 푸는 일이 어마어마해서 미뤄둔 상태다. 느리지만 규제가 한커풀 씩 없어지고 있다. 규제가 효율화되면 상품이 국경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피플펀드 – “해외 금융업 규제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현지화 중요”

P2P 플랫폼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규제에 대한 부분이고, 두번째는 해당 사업이 얼마나 다른 나라에서 복제 가능한가 하는 부분이다.

해당 국가의 규제 문제는 핀테크 기업이 해외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여신, 투자, 고객 신용 정보, 자산 운용 등 모든 영역에 규제가 있다. 이걸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선진국일수록 촘촘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경우 규제가 아예 없거나 애매한 경우가 많다.

두번째로, 전세계적으로 우리 나라 여신 시장 같은 곳이 없다. 국내 여신 시장은 은행, 제 2 금융권, 대부업 분야 등이 모두 나눠져 있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이 외에도 여신 시장이 경쟁적이라는 점, 고객의 신용 정보가 비교적 중앙으로 모인다는 점 등 특수성이 있다. 이 부분에서 해외 시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여신 시장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출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오히려 투자 분야는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고 해당 상품 당 검토가 들어가기 때문에 쉬울 수 있다. 여신업의 경우 현지화가 확실히 되어야 한다.

글: 정새롬(sr.jung@platum.kr)

ⓒ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 조건부 전재 및 재배포 허용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