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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인수인계 없이 퇴사했다면… 고스팅 논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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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진 노무사ㆍ이지원 기자]

함께 일하던 직원이 인수인계도 하지 않은 채 하루아침에 회사를 관둔다면 어떨까요? 남은 직원들로선 막막할 겁니다. 회사 역시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거고요. 그렇다면 근로자의 '무단퇴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일명 중국집 배달원 무단퇴사 사건입니다.

회사에 통보 없이 무단퇴사를 하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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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무단퇴사한 근로자를 법적 조치할 수 있을까요?"

응답 : "제한적이긴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고스팅(Ghosting)'이라는 신조어를 아시나요? 'Ghost(유령)'라는 단어에 '~ing'를 붙여 만든 것으로 마치 유령처럼 사라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어로는 '잠적하다' '잠수 탄다'쯤 되겠네요.

최근엔 근로자가 사전 통보 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리는 행위(무단퇴사)를 꼬집는 의미로 고스팅이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고스팅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당일 퇴사를 하거나, 잠수를 탄 채 연락조차 받지 않다가 임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회사를 신고(임금체불)하는 근로자의 사례가 숱하기 때문이죠. 회사로선 단순한 인력 공백을 넘어서 운영에 중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무단퇴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현행법은 근로자의 '퇴사할 권리'를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근로계약'은 회사와 근로자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체결한 계약으로 일반법(특별법에 비해 넓은 범위의 사람·장소·사항에 적용되는 법)인 민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민법 제660조는 계약 당사자에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죠. 다만 해지를 통보한 날로부터 1개월 후에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근로자가 1개월 전에 퇴사의사를 고지하지 않으면 1개월 동안 퇴사할 수 없다는 거죠.

하지만 이는 '법의 해석'일 뿐입니다. 사람의 자유를 구속할 수는 없는 만큼, 해당 규정도 '퇴사의 효력'에 국한할 뿐 근로자의 근로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 아리송하죠. 이같은 해석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특별법이자 강행법규(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법)인 '근로기준법'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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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7조는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헌법 제15조에서도 '직업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죠. 따라서 민법 규정을 앞세워 근로자의 퇴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무단퇴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회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급했듯 근로계약은 회사와 근로자 간 체결한 계약으로 민법을 적용합니다. 따라서 이론상 근로자의 무단퇴사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는)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죠.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회사가 무단퇴사로 인한 손해를 명확히 입증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무단퇴사로 인한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2022년 중국집 배달원 2명이 3일 간격으로 무단퇴사를 했습니다. 당연히 배달이 중단됐고, 다음달 매출액이 반토막이 났죠. 중국집 사장은 무단퇴사한 배달원 2명에게 매출 감소액(35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일부 손해배상을 인정했습니다.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로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히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배달원 2명에게 총 13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물론 중국집 사장이 요구한 손해배상액 3500만원엔 크게 못 미치는 액수입니다. 복잡한 소송 절차를 이어온 사장에겐 '상처뿐인 영광'일지도 모르죠. 손해 발생과 관련한 모든 입증 책임이 회사에 있고, 그 손해액의 일부만 인정된 만큼 앞으로도 회사가 무단퇴사한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회사가 무단퇴사를 이유로 일부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것 자체가 이례적인 판결이기 때문이죠. 법원의 기조가 무단퇴사한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단퇴사한 근로자들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셈이죠. 현행 근로기준법이 놓치고 있는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목적의 법이긴 하지만, 사업주 보호엔 너무 취약한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합니다.

법원이 무단퇴사한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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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법보다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무단퇴사를 한다면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이 평생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기억할 겁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눈감아버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릅니다.

이전 직장 사람들과 언제 어디서 다시 이어질지 알 수 없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게 근로자 자신을 위하는 길인 이유입니다. 근로자라면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자신이 근로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돌아봐야 할 겁니다.

아울러 회사 역시 퇴사를 앞둔 근로자에게 과도한 인수인계 의무를 강요하거나, 퇴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선 안 됩니다. '손해배상'을 빌미로 한 협박·강요도 삼가야겠죠.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떠난 사람의 마음은 붙잡을 수 없습니다. 봄이 움트는 3월입니다. 올해 노동시장은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슬픈 이별만은 없는' 곳이 될 수 있을까요?

류호진 노무사 | 더스쿠프

rhj0984@daum.net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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