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체포 소식에 오열·환호 엇갈려
15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되고 있는 가운데 관저 앞 도로에서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영상 편지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장련성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 33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몰려온 친윤 시위대 9000여 명(경찰 추산)은 통곡과 비명에 휩싸였다. 일부는 “다 끝났어”라며 소리치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욕설을 하며 경찰 바리케이드를 파손시키는 사람도 있었다. 집회 사회자가 “경찰 공격은 자제해달라”고 만류할 정도였다.
윤 대통령이 경호처 차량으로 관저 구역 정문 바깥으로 나올 때 친윤 시위대 10여 명은 “나를 밟고 가라”며 한남대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하지만 곧 경찰들에게 끌려나갔다. 오전 11시쯤 윤 대통령이 체포 과정을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라고 비난한 동영상이 공개되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며 울먹였다.
200m쯤 떨어진 곳에 모인 반윤 시위대(250여 명·경찰 추산)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들은 대통령 체포 소식에 ‘축하합니다’ 노래를 틀고 환호했다. 한 반윤 시위자가 “이제 김건희만 남았다. 윤석열 파면까지 가자”며 함성을 지르자 친윤 시위자가 “나라 팔아먹은 들”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반윤 시위대는 “대통령 따라서 꺼져라”고 응수했다.
이날 오후 친윤 시위대는 윤 대통령을 따라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로 갔다. 오후 3시쯤 과천정부청사 앞 소공원부터 공수처까지 200m 이르는 거리에 친윤 시위대 4500여 명이 집결해 ‘바보야 계엄의 본질은 부정선거야’ 같은 팻말과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공수처 해체”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었다.
15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는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4500여 명이 모여 "공수처 해체" "탄핵 무효" 등을 외쳤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송파구에서 온 최경숙(77)씨는 “초코파이 25박스와 빵 900개를 주문해 우리 시위대에게 드릴 것”이라며 “역대 대통령 중 이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 또 있었느냐”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직장인 김문희(52)씨는 “경찰은 상식이 없고 좌파 카르텔은 단단하다”며 “오늘 밤새울 각오로 남편에게 침낭과 담요를 갖다 달라 했다. 한남동에서도 ‘노숙 3박’을 해봤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한 청년들’을 언급했다. 실제 한남동과 과천에선 2030 청년과 10대 학생이 상당수 목격됐다. 경기 양평에서 온 서비스업 종사자 권모(26)씨는 “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찬성한 민주당 지지자였다”면서도 “지금 이재명 대표의 행보를 보면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공산화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주장한 ‘부정 선거’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이연희(12)양은 “나는 정치적 중립인데,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안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온 중학생 박준우(14)군은 “지하철 두 번 환승해 과천까지 왔다”며 “공수처가 수사 권한도 없이 체포까지 하고 있어 해체가 시급하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고등학생 변모(17)군은 “공수처의 불법적 행위에 부조리를 느낀다”며 “대통령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학원도 빠지고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8시 5분쯤 공수처 청사 인근에서 한 남성(60대 추정)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주변 경찰관이 이를 목격해 소화기로 불을 껐으나 그는 3도 화상을 입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 체포와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향후 친윤·반윤 집회 무대는 과천 공수처 등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이날 공수처 인근에서 신고된 집회 인원은 신자유연대, 우리공화당 등 5200여 명이었다. 16일엔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과천까지 행진하는 1만명 규모 집회를 신청해뒀고, 17일부터는 전광훈 목사가 과천에 1만명 규모 집회를 신고해둔 상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