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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 (일)

전쟁 중인 우크라도 예외 없다…트럼프發 추방 공포에 떠는 이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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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난민 입국 프로그램을 중단하자 24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파키스탄에서 모여 피켓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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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의 난민 입국도 차단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이민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 입국한 이민자들은 언제라도 추방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이민자들이 미국에 일시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중단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프로그램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며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절망적인 곳에서 탈출한 이민자들의 입국이 차단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아이티, 쿠바, 니카라과 등을 탈출한 이들이 미국에 재정 후견인을 뒀다면 2년까지 체류하도록 허용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난민을 포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대’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런 인도적 조치들이 모두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 국경 안보에 관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수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난민 수용을 중단하는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친 우크라이나인들의 입국도 막히게 됐다. 미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15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들어왔다. 2001년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 등의 활동을 도왔다가 탈레반의 표적이 된 이들도 난민 인정을 받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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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추방되는 이주민들이 군용기에 탑승하는 모습.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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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입국한 이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주민이 14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이 중에는 한국인도 11만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아이티, 베네수엘라 등에서 입국한 노동자들은 아마존에서 포장 및 분류작업을 하고, 도요타와 혼다를 위한 자동차 부품을 만들며 호텔, 레스토랑, 요양 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다”며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를 듣고 갑자기 구금되어 추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가족 12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이티 이민자 프란츠디 제롬은 “뉴스를 들으면 두려움에 휩싸인다”며 “아마존에서 일하는 아이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 모두의 상황이 걱정된다”고 했다. 제롬은 추방되더라도 돌아갈 곳이 없다고 했다. 아이티를 장악한 갱단에 의해 가족이 살해된 후 그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에스트라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발목의 총상을 가리키며 “베네수엘라 정부를 비판하자 군인이 입힌 상처”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멕시코로 추방된다면 그곳에는 마피아가 있다. 베네수엘라로 추방된다면 정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어디로 가야 하나. 베네수엘라가 괜찮은 곳이었다면 스스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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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각) 미 육군 병사들이 멕시코 국경을 순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에 1500명의 군인을 추가로 배치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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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으로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던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불법 체류자와 마찬가지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고 봤다. 미국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국의 전 수석 고문 린든 멜메드는 “현재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유효한 서류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지침에 따라 이민자들은 언제든지 출입국 관리소에 적발되어 체포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NYT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인도주의적 이민 프로그램이 합법적이지 않다는 시각을 가져왔다고 짚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남용해 왔다고 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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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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