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블룸버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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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1월 8일 13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중국 자본이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버티컬 플랫폼인 전문몰은 물론, 대기업그룹의 종합몰에도 중국 자본이 들어왔다. 최근 중국은 재무 악화로 청산 위기에 놓인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 투자 검토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초저가 전략’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서는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을 값싼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 한계에 놓인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몸값이 줄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살릴 묘안이 딱히 없었던 국내 운영사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중국 자본의 등장을 반기는 모양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본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투자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0월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가 패션 버티컬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신세계그룹 종합몰 G마켓, 패션 버티컬 플랫폼 무신사 등이 중국의 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올해 중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G마켓 지분 80%를 합작사에 현물 출자하고 알리바바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해 각각 50% 지분을 갖는 구조다.
품질 논란으로 성장 둔화에 빠진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 활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제조업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초저가 전략을 펴며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저품질 문제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당장 압도적인 가격 정책에 무료배송, 무료 반품 정책까지 내걸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알리익스프레스 800만명, 테무 700만명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다. 그사이 쿠팡의 MAU는 3200만명을 넘어섰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아직 안갯속이지만, 알리익스프레스가 G마켓이 보유한 한국 판매자를 확보해 품질 논란을 벗어나는 동시에 막대한 자금력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리바바가 앞서 에이블리 투자에 나선 이유도 비슷했다. 우수 제품력을 확보한 한국셀러 유치, K패션 및 K뷰티를 통한 자사 플랫폼 경쟁력 강화, 한국 소비자 성향 데이터 수집 등을 목표로 했다. 에이블리 이전 지그재그, W컨셉 등으로도 투자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몸값 하락이 중국 자본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이커머스 산업 급성장과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출혈 경쟁에만 매몰했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대부분이 2022년 시작한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이제는 기업가치 하락을 넘어 존폐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몸값 고공행진을 부추겼던 국내 FI들이 중국 자본을 반기고 있다. 시장 위축 속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 손실 위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중국 자본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 에이블리. /에이블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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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알리바바가 에이블리에 투자한 1000억원 중 800억원은 구주 인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3조원 기업가치 책정은 신주 투자 200억원에 그쳤고, 800억원은 에이블리에 투자했던 FI 지분 인수에 쓰였다. 해당 FI 지분 기준 기업가치는 1조2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무신사의 중국 자본 투자유치도 모두 FI의 자금 회수로 한정됐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인 중국 안타스포츠는 국내 벤처캐피털인 IMM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보유한 구주를 인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몸값은 3조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장외시장에서 무신사 시가총액이 2조6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몸값 할증이 이뤄졌지만, 지난 2023년 7월과 비교하면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무신사는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로부터 2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약 3조1000억원 몸값을 인정받았다.
국내 VC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 기업은 과거에도 꾸준히 국내 플랫폼으로 투자를 원했지만, 셀러 등 운영 노하우 확보를 위한 투자가 명백해 운영사와 FI 모두 반기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재무 구조 개선을 원하는 운영사와 엑시트를 해야 하는 FI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중국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의 국내 플랫폼 투자를 두고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빅테크들을 길들인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 위기를 벗어나는 데 이커머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실크로드 이커머스’ 정책으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지배력을 키워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을 올린다는 복안이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경쟁력 악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투자가 자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다. 이 외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알리바바닷컴은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기업들의 매각 제안이 업종 불문하고 쏟아지고 있다”면서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수준의 유사한 문서를 동시에 받았다고 하는 플랫폼 기업 CEO들이 적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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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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