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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트럼프 2기 동아시아는 ‘불안정속의 안정’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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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일 관계와 국제 정치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가 지난 27일 일본 고베대학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새해 동아시아 정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베/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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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한·미·일의 협력은 “인도·태평양의 안보·정치 구조의 근본적 실체”로 불린다. 그러나 2025년 세 나라를 축으로 한 동아시아 정세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사실상 대통령 없이 새해를 맞게 됐다. 일본에선 집권 자민당이 ‘1당 독주’가 무너지면서 올 여름 또한번 총리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에선 예측불허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집권 2기를 시작한다. 한·일 관계와 국제 정치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한겨레와 만나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불안정 속의 안정’이란 말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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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2기 동아시아 정세를 어떻게 예상하나.



“역설적으로 ‘불안정속의 안정’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중국과 적극 교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협력하면서 북한과도 대화, 협력했다. 이젠 여지가 없어진 것 같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정부가 중국과 밀착하려는 시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도 선택지가 ‘고립주의’ 혹은 ‘미국 중심주의’ 정도밖에 없다. 한·미·일 세 나라 모두 선택지가 별로 없는 가운데 동아시아 정세는 불안함 속에서도 역동적인 움직임 없이 ‘일시적 안정’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 당선자의 대외 정책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1차 집권 때는 그래도 두 가지 방향성이 있었다. 하나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과 기회주의, 또 하나는 ‘네오콘’인 존 볼턴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집권 2기 인사 명단은 이념 대신 고립주의, 기회주의적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무역 흑자’를 중요시하는 중상주의자들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무역 적자가 감소하면 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면 그만이라는 식이어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미·중 관계는 동전의 양면이 있다. 우선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관세 전쟁'은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보 면에선 그가 중국-대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안보도 돈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미·중 대립 심화로 군사력과 경제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때문에 미·중 대립이 군사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대신 동아시아 안보 문제에 미국이 발을 빼면, 한·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미·일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몇달 안에 세 나라 정상이 모두 바뀔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에 이시바 시게루 정부가 탄생했고, 오는 20일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을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진행 중이다. 세 나라 공조는 이전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기무라 교수는 “결국 문제는 미국”이라고 내다봤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일 공조도 ‘돈 안 되는’ 명분보다 자국에 실질적 이익이 될지 스스로 납득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한반도 주변국 경제·안보에 어느 정도 부담을 줄까.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나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어떤 정책으로 나타날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한·일의 경우, 안보 분야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주한미군, 주일미군과 관련된 방위비 분담금에 부담이 있을 거다. 적어도 트럼프 당선자가 이 문제를 놓고 한·일과 거래를 하지 않겠나. 하지만 미군을 자국 안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주한, 주일 미군기지에 둬야 더 싸게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트럼프 당선자도 알 거다. 미국이 한·일에 많은 돈을 내라고 하겠지만, 한미·미일 동맹이 갑자기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될지도 아직 의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 쪽은 한국 삼성,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 같은 곳으로부터 미국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심이 북한 쪽은 몰라도 한국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의 개인 성향상 자신의 관심사항이 아니면 무시하는 경향이 크다. 이 경우, 측근들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한국을 “머니머신”으로 부르며 돈만 내면 된다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문재인 정부 때 미국과의 관계를 잘했다고 본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원래 한반도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특별한 정책도 없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의 중요성과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의 의미를 적극 설명했고, 그 과정에 한국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해 성과를 냈다. 다만 한국에서 지금 혹은 다음 정부가 트럼프 당선자에게 이런 문제를 어떻게,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과에 따라 한·미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새해 남북 관계에 대해 기무라 교수는 “사실상 멈춰 서게 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한국에는 현재 ‘한반도 운전자론’에 걸맞은 운전수가 없고, 북한은 한국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의 여지는 어떤가.



“지금 상태라면 북한은 한국을 ‘패싱’하고, 미국 혹은 일본과 접촉하려 할 것 같다. 과거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움직이기 위해 먼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통했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가 되자 문 대통령을 무시했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북한에서 일주일 뒤 첫 보도했다. 별다른 해석도 없이 단순 사실 전달만 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특히 (탄핵 뒤 집권 가능성이 있는) 한국 진보 세력에 기대하지 않고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미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트럼프 당선자라면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과 만날 기회가 생기고, 이익이 있다면 할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때는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연결고리가 구실을 했다. 지금은 트럼프 당선자와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은 한국을 ‘통일의 상대방이 아니다’라면서 무시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을 거쳐 북한과 얘기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이 다시 가까워질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무라 교수는 지난 12월 한국을 찾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집회에 참석했다. 앞서 2017년에도 한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직접 지켜봤던 그는 “이번엔 한국의 대통령이 자기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음모론을 믿고, 군대에 계엄을 명령하고, 국회를 제압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탄핵 집회를 어떻게 봤나.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20%대, 윤 대통령 지지도 10%대가 유지된다. 여전히 500만여명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개로 갈라진 탄핵 집회가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본다. 한국에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뒤 문재인 정권이 생겼다. 하지만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섰고 결과적으로 지금 상황이 됐다. 이번 탄핵소추의 결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또 반복되면 이후 한국사회가 어떻게 될지 염려스럽다.”



—탄핵 정국이 한반도 주변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한국은 이미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나라다. 혼란이 이어지면 동아시아 국가들에도 경제·안보 면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은 중국이나 대만 문제, 북한 관련 문제에서 한국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차기 정권이 진보냐, 보수냐에 다른 나라들의 기대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걱정은 지금처럼 (정부 최고 책임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한·일도 올해 국교정상화 60년을 맞는다.



“올해가 두 나라에는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일본 역시 한국의 보수 세력, 보수 정당에만 기대선 안 된다. 진보 정치 세력과도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진보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지속적인 한·일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한·일 관계 개선은 결국 미국과의 협상력과도 연결돼 있다.”



고베/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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