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희생자 수습 마무리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8일째인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 정부 브리핑이 끝난 뒤 유족 대표인 박한신(54)씨가 울먹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박씨는 “이 방송(브리핑)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이제는 시신 인도 절차가 어느 정도 다 진행됐고, 급속도로 빠르게 이뤄져 그나마 유족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정치인들 뒤에 서 있던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소방, 경찰 등 공무원들에게 잠시 앞으로 나와 달라고 했다. 전남도, 광주광역시 공무원들에게도 앞으로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분들이 저희를 도와주신 겁니다. 집에도 못 가시고 최대한 도와주셔서 정말 빨리 수습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씨 등 유족 3명이 머리 숙여 인사하자 박상우 국토부 장관 등 공무원 30여 명도 ‘맞절’을 했다.
이날까지 참사 희생자 179명 중 176명의 시신이 가족에게 인도됐다. 나머지 3명은 유족들 사정에 따라 6일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수습이 마무리된 것이다.
800여 명에 달했던 유족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대부분 공항을 떠났다. 정부는 유족들을 위해 설치했던 텐트 245동 중 100동을 남겨 유족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유족 대표단은 오는 11일쯤 무안공항에 모여 앞으로의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대합실 텐트 안에서 물품을 정리하던 유족은 “지난 일주일 동안 남은 가족들과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나마 이젠 장례라도 치를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머물던 텐트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라고 쓴 유족도 있었다.
다른 유족은 공항을 떠나기 전 대합실 1층에 있는 합동 분향소 주변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합동 분향소 옆 계단에는 유족과 자원봉사자 등이 남긴 손 편지 2000여 장이 붙어 있다.
전남도는 무안공항 등 3곳에서 운영 중인 합동 분향소를 다음 달까지 열 계획이다.
사고기 기체와 활주로 등에 대한 수색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나원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참사 수사본부장은 “활주로와 사고 현장 인근에서 소규모 수색은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비넥타이와 면사포… “나중에 다시 만나” - 5일 오후 전남 무안공항 활주로 근처 철조망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손편지가 붙어 있다. 면사포와 검은색 나비넥타이도 보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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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유족을 모욕하는 온라인 게시글과 댓글, 동영상 등 99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족을 모욕하는 글을 올린 30대 남성 1명을 검거했다. 지난달 31일 ‘유가족은 보상금 받아 신나겠네’ 등의 글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제주항공 참사의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범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참사의 수습과 원인 조사 등을 위해 투입된 경찰, 소방 등 공무원들 중에는 ‘트라우마(스트레스성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공무원 40여 명이 심리 치료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전남소방본부의 구급대원은 “운전을 하다가도 갑자기 사고 현장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를 때가 있다”며 “현장에서 유족을 계속 접하다 보니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참사 현장에는 소방 공무원 2800여 명, 경찰 3000여 명, 군인 1600여 명,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200여 명 등 1만1000여 명이 투입됐다.
교육부는 이날 유족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득과 관계없이 2025학년도 1년 치 등록금을 준다. 교육부는 “무안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현장에서 등록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도 등록금을 지원했다.
[무안=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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