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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尹, 계엄 9일 전 “이게 나라냐”... 김용현, 담화문·포고령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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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공소장으로 본 ‘계엄 전말’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9일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이뤄졌고,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와 실행 과정을 직접 주도했다고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담았다.

◇尹, 명태균 의혹 등 언급하며 “특단 대책 필요”

국회에 제출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비상계엄 언급은 선포 9개월 전인 작년 3월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때부터 김 전 장관이나 군 장성들에게 ‘비상대권’ 등 비상계엄을 암시하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계엄 9일 전인 작년 11월 24일, 야당이 제기하는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과 수사에 관여한 판·검사 탄핵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이게 나라냐. 정말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느냐.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곧바로 계엄 선포문·대국민 담화문·포고령 등 작성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김 전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직전 대국민 담화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고 했었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계엄 이틀 전(12월 1일),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불러 비상계엄 시 동원 가능한 병력 수 등을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앞서 준비한 포고령 등의 초안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 초안에서 ‘야간 통행금지’ 삭제 등 보완을 지시했고, 김 전 장관은 이튿날 수정안을 다시 보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됐다”며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리 등 반대했지만… 尹 “돌이킬 수 없다”

계엄 당일인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은 점심 무렵부터 저녁 9시 33분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차례로 “대통령실로 빨리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국무위원 숫자가 정족수에 미치지 못한 오후 8시 40분~10시 사이, 한 총리는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윤 대통령에게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전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도 “70년 동안 대한민국이 쌓은 성취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국무회의 정족수를 넘는 11명이 대통령실에 도착했고, 오후 10시 17분 국무회의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금 이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면서 “대통령의 결단이다.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고 말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국무회의는 5분 만에 끝났고,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 23분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담화문 발표가 끝난 오후 10시 40분, 윤 대통령은 다시 대접견실로 돌아와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상황에서의 대응 및 조치 사항을 지시했다. 이때 최 부총리에게 ‘국회 관련 운용 중인 자금을 원천 차단하고,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고 적힌 문건을 전달했다.

◇계엄군, 실탄 5만여 발 등 화기로 무장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열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이어 계엄군 1600여 명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시도했다. 여기에는 실탄 5만7735발이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전사령부 산하 1공수여단이 가장 많은 5만여 발을 챙겼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저격소총과 엽총, 섬광폭음 수류탄 등 다양한 화기로 무장했다.

국회 직원들 저항으로 계엄군이 국회 장악에 애를 먹자, 윤 대통령은 군 지휘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 4일 0시 20분쯤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했고, 0시 30분~1시 사이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도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새벽 1시 3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뒤에도 이 사령관에게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새벽 1시 16분쯤 합동참모본부 지하 벙커를 찾아 김 전 장관 등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새벽 4시 26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약 6시간 만에 비상계엄 사태는 막을 내렸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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