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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1+1 아파트’까지 등장한 中...”부동산 침체 2027년까지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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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차이나]

부양책 악 먹히자 재고 털어내기

베이징 이어 선전·둥관으로 확산

조선일보

작년말 원 플러스 원 행사를 진행한 선전 징지천웨푸(京基宸悅府) 아파트의 조감도. /F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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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중국 분양시장에 ‘원 플러스 원(1+1)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편의점 원 플러스 원 행사처럼 아파트 한 채를 사면 한 채를 공짜로 준다는 거죠. 중대형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으면 소형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지방 아파트 등을 한 채 끼워주는 방식입니다.

원 플러스 원 아파트가 등장한 건 중국 부동산 시장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에요. 거품 붕괴 이후 매년 아파트 신규 분양이 크게 줄다 보니 어떻게든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겁니다.

중국 정부가 작년 9월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시행한 이후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고 분양가도 소폭 올랐다고 해요. 하지만 전체로 보면 신규 아파트 분양액수는 여전히 줄고 있고, 기존 아파트 가격도 계속 하락 추세입니다. 글로벌 분석기관에서는 중국 정부가 1조 달러(약 1460조원) 정도의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 침체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선전 도심 아파트 ‘1+1 세일’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은 작년 12월27일 “선전시 도심 푸톈구에 짓는 징지천웨푸(京基宸悅府) 아파트가 연말을 맞아 원 플러스 원 분양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4·9호선 지하철 상메이린역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역세권 아파트인데, 110~133㎡(33~40평) 크기의 중대형 아파트와 38~48㎡(12~15평) 소형 주거용 오피스텔 등 1000가구로 구성된 단지에요.

분양 담당자는 “110㎡ 아파트의 분양가가 962만 위안(약 19억원)인데,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분양가 196만 위안(약 4억원)의 48㎡(15평)짜리를 공짜로 준다”면서 “한 채 살 돈으로 두 채를 사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관영매체인 증권시보도 작년 12월26일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부동산 업계가 연말 분양 물량을 늘리기 위해 원 플러스 원은 물론 특가 아파트, 가구 선물, 관리비 감면 등 다양한 판촉 방안을 도입 중”이라고 했어요.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후 가격이 내려가면 분양업체가 조건 없이 환급을 해주는 조건을 내건 곳도 있다고 합니다.

원 플러스 원 아파트는 지난 2022년부터 등장해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어요. 선전의 한 건설업체는 작년 룽화구 지역에서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면서 123㎡나 155㎡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선전 외곽 다펑신구의 신축 다가구주택 69㎡ 또는 84㎡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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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지천웨푸(京基宸悅府) 아파트 분양회사가 배포한 원 플러스 원 행사 광고. /증권시보


◇“중대형 사면 소형·지방 아파트 끼워줘”

작년 4월에는 베이징 통저우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업체가 이 단지 77㎡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산둥성 옌타이의 108㎡짜리 오션뷰 아파트를 무료로 주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중국 인터넷에서는 “베이징의 새 아파트 단지가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나”는 말이 나왔습니다.

중국 2위 부동산 업체인 완커도 작년 7월 광둥성 둥관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140㎡ 이상의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인근 도시 후이저우의 40㎡짜리 소형 오션뷰 아파트를 끼워주는 판촉 행사를 했어요.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8월 정점을 찍은 이후 신규 아파트 분양 매출이 해마다 급감하는 상황입니다. 작년 1~11월 신규 분양 면적은 8만6118㎡로 2023년 같은 시기에 비해 14.3%가 줄었어요. 2021년 1~1월 분양 면적(17만9433㎡)의 53%에 불과합니다. 분양액수도 8조5125억 위안으로 2023년에 비해 19.2%나 떨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연말 원 플러스 원 행사까지 진행한 겁니다.

리웨이 장강상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분양 시장이 불황인데다 부채 규모가 크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연말 자금 회수를 위해 이런 판촉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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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웨이 장강상학원 경제학과 교수가 작년 12월27일 제일재경 인터뷰에서 원 플러스 원 아파트 등장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재경 캡처


◇“부동산 위기 해결에 1조 달러 필요”

중국 정부는 작년 9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대거 발표했습니다. 주택 장기 대출의 최초 계약금 납부 비율을 낮추고, 담보인정비율(LTV)을 올리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어요. 또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지급준비율도 낮춰 시중에 돈을 풀었습니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지역은 주택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소폭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정책으로는 중국 부동산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분석이에요. 골드만삭스는 작년 11월 보고서에서 현재 계획된 상품용 주택이 모두 완공된다면 주택 재고 물량이 93조위안(약 1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작년 한 해 중국 주택 판매액 9조 위안의 10배가 넘는 규모죠. 골드만삭스는 이런 추정을 근거로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앞으로 수년간 1조 달러의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봤습니다.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비슷한 시각이에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작년 3000억 위안 규모의 대출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주택 재고를 4~6% 해소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더 과감한 재고 해소 대책을 내놔야 올해 연말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어요.

집값 하락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과거 일본은 부동산 거품 붕괴 때 고점 대비 40%까지 가격이 내려갔는데, 중국은 2021년8월 고점 대비 7% 정도 하락한 데 불과하다는 거예요.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이 20~25%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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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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