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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태평로] ‘정치질’ 하는 군인·정보요원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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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부대 정보, 즉각 野 의원에

지휘 선상 정치 군인 있었을 것

국정원도 정치권 줄 대기 심해

정치 오염된 군·국정원 바꿔야

조선일보

지난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관련 증거 보전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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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군 간부들의 타락상을 보면 우리 군이 과연 국군(國軍)인지 아니면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에 종속된 사병(私兵) 집단인지 의심이 든다. 별 관심을 못 받고 넘어갔지만, 우리 군이 얼마나 많은 정치군인들로 오염돼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달 20일 MBC가 전한 계엄 선포 직후 민주당 의원들의 텔레그램방 대화 전문이다. 문제의 대목을 그대로 인용한다.

‘[박찬대]긴급상황입니다. 의원님 모두 국회로 집결해주십시요(10:41) [소병훈]국회로 즉시 갑니다(10:41) [권향엽]군 동원도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10:41) [최민희]군 동향이 파악되나요?(10:41) [박선원]707특임대 휴대펀 회수(10:42)’.

707 특임단(특수임무단)은 참수 작전을 포함해 전시·준전시 상황에서 극비 임무를 담당하는 특수부대다. 707 특임단이 국회로 출동하기 전 휴대전화 회수 조치가 이루어진 시각은 12월 3일 밤 10시 30분. 이 작전 정보가 단 12분 만에 야당 의원에게 들어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부대의 내부 또는 지휘 선상에 평소 박선원 의원에게 수시로 기밀 정보를 넘겨온 인물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 때 국정원 기조실장과 차장을 지냈고, 현재는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위원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군과 정보기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몰래 정치적으로 줄을 댄 군인이 있는 것이다.

국정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계엄 해제 직후 홍장원 당시 1차장은 조태용 원장에게 “이재명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안보 상황을) 설명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간부가 공식 보고 체계를 벗어나 야당 정치인에게 보고하자고 버젓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정상인가.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는 “원장과 단둘이 나눈 대화 내용을 며칠 뒤 국회 정보위에서 야당 정치인이 질의한 일도 있었다. 국정원 정보가 야당에 줄줄 샌 지 오래됐다”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물갈이와 줄세우기 인사를 반복하다 보니 국정원은 이미 정치에 너무 심하게 오염돼 있다.

군과 정보기관은 국가를 지키는 날카로운 창이자 굳건한 방패여야 한다. 그를 위해 장교와 간부들은 엄정한 군기와 직업적 전문성,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돼 있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그러나 계엄 선포 과정에 드러난 이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상관과 부하가 서로 책임을 떠넘겼고, 변명과 거짓말을 일삼았다.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장군과 대령들이 질질 짜는 모습까지 보였다. 불법 계엄 명령에, 근거를 들어 반박하며 거부할 강단과 결기는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나약하고 비겁하고 전문성도 없게 만들었을까.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확고한 명예심과 자존감을 지켜내기 어려운 조직 문화와 직업적 미래가 큰 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40대 초·중반, 50대 한창나이에 전역한 영관급 장교들을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전역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건강식품을 팔러 다니거나 군인연금에만 의존해 실업자로 살아가는 예비역 장교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러니 현역 때 엄정한 군기와 전문적인 직무 수행이라는 본질에만 집중하지 않고 ‘줄’을 찾고 ‘정치질’을 하는 것이다.

이참에 군과 정보기관의 기강과 조직 문화를 바로 세우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했으면 한다. 군인과 정보요원들이 직업적으로 충실한 것만으로도 명예를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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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식 뉴스총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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