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남극 조약에 따라 영유권 동결 상태
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올해 38세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칠레 최남단 도시 푼타 아레나스에서 칠레군이 보유한 C-130 수송기를 타고 남극 대륙에 도착한 뒤 그곳에 있는 아문센·스콧 기지를 방문했다. 미국이 남극 관측을 위해 설립한 아문센·스콧 기지는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노르웨이인 로알 아문센과 영국인 로버트 스콧의 이름을 따 지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2021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게티이미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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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치 대통령은 텔레비전(TV)으로 칠레에 중계된 연설에서 “내가 남극에 온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이정표”라며 “칠레 대통령이 남극을 찾아 남극에 대한 칠레의 임무를 주제로 얘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극 일부에 대한 칠레의 영유권 주장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1908년 영국이 처음 남극 영유권을 주장한 이래 유럽의 노르웨이와 프랑스는 물론 남반구의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까지 총 7개국이 남극 일부에 대한 영유권 보유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다수 나라들은 그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59년 체결되어 1961년 발효한 남극 조약은 칠레 등의 남극 영유권 주장을 일단 동결했다. 동시에 남극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고 평화적 이용만 허용했다. 또 남극에서 과학 연구 활동을 할 자유를 보장했다.
보리치 대통령의 발언은 남극 조약에 따라 남극 영유권이 동결된 현실을 인정하되 추후 상황이 바뀌어 동결이 풀리면 칠레는 언제든지 남극 영유권 확보에 나설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칠레가 남극 지역의 과학 프로젝트,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프로젝트 수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며 “칠레를 세계가 남극으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국가 정상이 남극을 방문한 나라로 뉴질랜드와 노르웨이가 꼽힌다. 둘 다 칠레처럼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들이다. 뉴질랜드는 2007년 당시 헬렌 클라크 총리가 처음으로 남극을 찾았고, 2022년에는 저신다 아던 당시 총리가 역시 남극에 가서 현지 뉴질랜드 연구소의 활동을 점검했다. 노르웨이는 2011년 아문센의 남극점 도착 100주년을 맞아 옌스 스톨텐베르그 당시 총리가 남극을 방문했다. 스톨텐베르그는 이후 2014∼202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지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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