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요식업계 잇단 향수 출시
‘코로 들어가는 밥’ 인기
숯불닭갈비 브랜드 팔각도가 출시한 ‘매콤양념향 향수’. /육성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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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외식 업체 팔각도가 이벤트성으로 최근 내놓은 실제 향수다. 향료 암브록산(Ambroxan)과 시더우드(Cedarwood) 등으로 재현한 닭갈비의 풍미. ‘매콤양념향’(No.5)도 함께 출시했다. 잠잘 때 뭘 입느냐는 얄궂은 질문에 “샤넬 No.5″라고 답했던 할리우드 배우 매릴린 먼로를 떠올리게 한다. 이 향수를 뿌리고 잠들면 꿈에서 닭갈비를 뜯을지도.
원할머니 보쌈족발은 개업 50주년을 앞두고 한정판 향수를 내놨다. 이름하여 ‘오 드 뽀 싸므 No.1′(Eau De Peau, Ça me No.1)이다. 발음에 유의할 것. 보쌈이 아니라 뽀 싸므. 보쌈의 핵심 재료인 생강의 향긋하고 따뜻한 느낌을 상큼한 과일 베르가모트(Bergamot) 등과 버무려 보쌈의 신선함을 표현했다고. 이 향수는 지난해 9월 고객 사은 행사 성격으로 구매 영수증을 인증한 1000명에게 선착순 증정했는데, 수요가 폭발하자 지난달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정식 입점했다. 가히 펀슈머(Fun+Consumer) 마케팅의 승리라 할 것이다.
원할머니 보쌈족발이 내놓은 향수 ‘오 드 뽀 싸므 No.1'. 한정판에서 정식 론칭으로 이어졌다. /원앤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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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회사가 만든 향수, 코로 들어가는 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특한 취향을 과시할 수도 있고, 희귀 소장품으로 간직할 수도 있으며, 일단 칼로리가 ‘0′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탄산음료는 다이어트의 적(敵)으로 간주되지만 냄새는 무해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칠성사이다 70주년을 맞아 2020년 내놨던 향수 ‘오 드 칠성(Eau De Chilsung)’은 30시간 만에 품절됐다. 그러자 이듬해 아예 향수 브랜드(오 드 칠성 바이 살롱 드 느바에)를 론칭하고, 클라우드 맥주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 ‘비터 멜로우’ 등을 출시했다. 관계자는 “음용할 때와는 다른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 현상이다. 패스트푸드 업체 KFC는 지난해 4월 한정판 향수 ‘No. 11 Eau de BBQ’를 내놨다. 신메뉴 ‘울티메이트 BBQ 버거’ 출시를 기념해, 향신료와 양념된 패티를 연상시키는 나무·숯의 발향이 특징이라고 한다. 영국에서만 11파운드(약 2만원)에 판매된 “거부할 수 없는 바비큐 냄새”는 각지의 식도락가를 자극했고, 당연하게도 순식간에 매진됐다. 2023년 11월 스페인 KFC에서 2만5000개 한정 출시됐던 ‘닭다리 향수’에 이은 연타석 홈런. 여담이지만, KFC는 최근 기름에 치킨 튀기는 소리를 백색소음으로 개발한 숙면 유도 음원까지 내놨다. 역시 입과 코와 귀는 서로 연결돼 있다.
KFC 스페인 측이 내놓은 향수 ‘오 두아르도’. 용기는 닭다리 모양이지만 향기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KF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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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향수가 된다면 그 반대도 가능할 것이다. 프랑스 향수 업체 딥디크는 지난여름 한 달간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과일 향수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화장품 회사 산타마리아노벨라는 서울 성수동·한남동·압구정동 일대 유명 카페 4곳과 이색 협업을 진행했다. 자사 여름 향수를 빵·케이크·빙수 등의 디저트 메뉴로 육질화(肉質化)한 것. 해당 향수도 함께 비치해 비교 체험 효과를 노렸다. “‘빵지순례’를 즐기는 트렌디한 젊은 세대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멋쟁이는 늘 새로움에 굶주리기에.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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