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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法이 무너졌다... 대통령·국회·사법부 스스로 권위 떨어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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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수사권 없는 공수처가 수사, 판사는 ‘입법권 침해’ 영장 논란

尹은 이를 이유로 영장 불응하며 반기… 공수처 등 150여명 고발

기울어진 사법부… 탄핵 심판은 속도전, 이재명 대표 재판은 지연

조선일보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 시위대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한남대로 전 차선을 점거하고 대통령 관저로 행진하려다가 경찰 저지선에 가로막혀 있다(위). 아래 사진은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구역에 버스 차벽이 겹겹이 설치된 모습.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대 10만여 명이 4~5일 한남동 일대에 집결하면서 불법 시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스1·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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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헌재의 탄핵심판이 개시됐지만, 계속되는 법적·정치적 논란으로 사법 체계의 혼란이 노출되고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수사 주체의 적법성 논란,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의 ‘입법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은 이를 이유로 거듭된 소환을 3차례 거부했고 지난 3일 체포 영장 집행도 불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는 빼겠다고 하면서 이는 여야(與野)의 정치 공방으로 불붙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심리를 서두르는 것에 비해, 법원이 진행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2심의 속도가 더딘 것도 “사법 체계가 기울었다”는 불만을 누적시키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자 정치 논리 앞에 법이 무너지고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가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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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5일 오동운 공수처장,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고, 대통령 경호처장의 경호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이 불법이란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대해 “사법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정당한 계엄이라는 입장이라면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질서 수호의 최고 책임자가 공권력을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란 비판도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수사 주체 문제, 체포 영장 내용 등을 둘러싼 논란이 윤 대통령에게 빌미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설치운영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 다만,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이번에 공수처는 내란 사건 수사를 윤 대통령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로 인지해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대통령·국회·사법부 스스로 권위 떨어뜨려… ‘법적·정치적 내전’으로

내란죄 수사 권한은 경찰에 있다. 수사권 논란을 의식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을 가진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집행하려 했던 체포 영장은 경찰이 아닌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공수처는 출범 이후 줄곧 수사 역량과 성과 측면에서 코너에 몰렸다”며 “이번에 욕심을 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에선 “불법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공수처가 기소할 수도 없는 직권남용 수사를 고리로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이 ‘불법’이란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 전담판사가 공수처에 발부해 준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은 법원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해당 영장에는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형소법 110조·111조는 ‘군사상·직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없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 체포 시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판사가 법 적용을 넘어 입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이 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법 불신을 부추긴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헌재에서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빼고 위헌성만 심리하면 탄핵재판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여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2심 선고 등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기 전에 탄핵 결정을 이끌어내 조기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 2심을 비롯해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대법원 확정 시 대선 출마 자격이 상실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사건의 2심 재판은 23일 첫 공판이 열린다. 이 대표가 2심 재판 관련 서류 수령과 변호인 선임을 미루면서 늦어졌다고 한다.

선거법 사건은 1심 선고가 6개월 만에 내려져야 한다고 선거법에 돼 있다.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은 검찰이 기소한 지 2년 2개월 만인 작년 11월 15일 1심 선고가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속도전, 법원의 이 대표 사건 재판은 지연전으로 흐른다면 국민의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가 매우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민주당은 “제2의 내란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를 재촉하고 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5일 ‘공수처에 대한 최후통첩’이라며 “체포 영장 집행 시한(1월 6일) 내에 공수처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체포 영장을 재집행하라. 재집행하지 않으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체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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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출입구에 철조망 설치 -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 앞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관저 진입로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버스로 차벽을 세웠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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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 체계가 붕괴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 체포팀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관저 외곽을 방어하는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경찰 202경비단에 인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방부와 경찰청이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55경비단과 202경비단은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서는 경호처장이 지휘·통제해왔지만 이번엔 국방부와 경찰 수뇌부가 경호처의 지휘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3일에 이어 5일도 경호처가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시도에 협조하도록 지휘·감독해달라는 공문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발송했다.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박종준 처장 등 경호처 지휘부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호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윤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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