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와 착륙 유도 시설의 하나인 방위각제공시설(로컬라이저)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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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무안국제공항의 착륙 유도 시설 중 하나인 방위각제공시설(로컬라이저) 개량공사에 참여한 설계 관계자가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를 지지하기에 크고 두꺼운 콘크리트까지 필요하지 않은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철탑 형태로 지지돼 있지 않아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충돌 시 쓰러지기 쉬운 철탑 형태로 구조를 변경하는 게 어떤지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화되지는 않았다고도 전했다. 활주로 끝에서 264m 거리에 위치한 로컬라이저는 지난 12월29일 제주항공 여객기가 비상착륙하면서 활주로를 이탈한 뒤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크게 충돌한 터라,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공사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 ㄱ씨는 31일 한겨레에 “안테나가 달린 로컬라이저의 하중이 워낙 미미해 크고 두꺼운 콘크리트까지 필요하지 않은데, 둔덕 안에 콘크리트가 에이치(H)빔 형태로 크게 2개가량 들어가 있었고, 땅 밑까지 콘크리트 옹벽으로 돼 있어서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지난해 한국공항공사 발주로 로컬라이저의 안테나를 교체하고 이를 지지하는 구조물 개량공사를 진행했는데, ㄱ씨는 개량공사를 수주한 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안테나와 콘크리트를 연결하는 구조물 설계에 참여했다. 그는 20년 넘는 설계 경력이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제가 알기로도 공항 구조물은 비행기와 충돌했을 때 ‘쓰러지기 쉬워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이 원칙에 반대되는 콘크리트 둔덕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철탑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도급 업체 쪽과 이야기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설계한 구조물 외에도 기존 콘크리트도 재사용 가능한지 살펴봤는데 워낙 크고 단단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ㄱ씨는 “공항 설계 때부터 있던 콘크리트 형태 둔덕을 다시 철거하고 철탑으로 세우기에는 예산이 많이 드니 실제 건의했더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로컬라이저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둔덕은 개항 때부터 설치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 시설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 국토부는 ‘경사가 있는 지반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해왔다. 김포공항이나 인천국제공항처럼 지면 바로 위에 설치할 만한 높이가 되지 않아, 지지 시설을 높이 올릴 필요가 있었다는 것인데 ㄱ씨가 언급한 대로 충돌에도 부러지기 쉬운 철탑 형태 등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무안공항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 입찰공고를 낼 때부터 로컬라이저를 부러지기 쉽게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3월 공항공사가 입찰공고를 낸 설계 용역 과업 내용서를 보면, ‘‘부러지기 쉬움’(frangibility) 확보 방안에 대한 검토’가 포함돼 있다. 과업내용서는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부러지기 쉬움’을 고려하여 설계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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